지난 4일, 이대통령은 우리는 닌텐도 게임기 같은 거 못 만드냐고 하셨다. 이에 언론과 네티즌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클리앙 / 명텐도MB / 경향신문 장도리)
이 중, 경향신문의 장도리를 보고 생각난 게 있어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장도리에서 비판하고 있는 내용은 한국의 교육제도이다. 입시 위주의 현 교육 체제에서, 학생이 점수 기계, 로봇으로 묘사되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스티브 잡스, 미야모토 시게루 같은 인재가 탄생할 수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으로 이야기 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100명으로 구성된 게임 개발 회사가 있다고 하자. 100명이 모두 미야모토 시게루일 필요는 없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한 명이면 족하다. 게임은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없으면 재미 없는 게임이 나오지만, 아이디어맨만 모여서는 손에 잡히는 게임을 만들 수 없다. 게임이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몸담고 있는 게임 디자인 파트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게임을 디자인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본기를 고등학교까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기본기는 무엇이 있는가? 요약하자면 국영수 능력이다. 목적에 잘 맞는, 잘 읽히고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전달력 높은 기획서를 작성하기 위한 국어 능력,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영어 능력. 그리고 밸런싱을 하거나, 각종 파라메터를 정하고 평가하는데 필요한 수학 능력은 모든 상황에서 필요한 기본 능력이다.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다. 국어 능력이라면, 자기 소개서에 비문 없고 오자나 탈자 적고 읽을만하게 적을 수 있으면 합격이다. 영어는 사전 조금 찾아가며 가마수트라 기사 정도 읽을 수 있으면 되고, 수학은 고등학교 수준의 지수 로그함수와 확률통계 정도. 그리고 기본적인 논리만 알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답답하다. 이정도 기본기를 가진 신입 기획자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점수를 내기 위해 배우는 국영수는 실제 국영수와는 다른 것일까? 아니면 성적 좋은 학생들은 모두 대기업만 가려고 하기 때문일까?
몇일 전 본 뉴스에서는 서울시가 10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해 청년인턴 100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고 한다. (관련뉴스) 청년 인턴은 1인당 월 100만원씩 받고 10개월간 디자인 패션 게임관련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된다는데… IT붐 때 학원에서 양산되어 나온 웹 디자이너와 함께 침몰해 버린 웹 디자인 시장이 생각난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고…
태생이 이공계에 가방 끈은 짧고 문학적인 재능은 0점이라 무언가 멋진 말은 하지 못하겠고, 가방 끈이 많이 긴 친절한 은자씨의 말을 빌어 글을 마치고 싶다.
하향으로 구축한 문화’산업’은 결국 인형극 인형 사지에 질끈 묶인 시뻘건 금줄처럼 인형술사 의지대로 ‘생산물’의 소비자들을 비틀어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