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스 만들던 시절 이야기 : 랜덤맵과 시스템과 컨텐츠와 악몽

벌써 몇 달 전이다. 기다리던 페르소나5의 한글판이 드디어 나와 한참 재미있게 플레이 하던 때였다. 메멘토스를 플레이 해보고 나서 구성의 훌륭함에 무릎을 쳤다. 메멘토스란 메인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던전과는 독립된 던전으로, 구조와 배치가 매 층 입장 시 랜덤하게 생성된다. 메멘토스가 추가되면서 메인 시나리오 던전은 전작의 랜덤맵에서 고정 지형, 주요 적 재생성 되지 않음으로 바뀌었다.
원하는 만큼 전투를 해서 성장과 수집을 하고자 하는 요구를 덜 지겹게 만들면서 동시에, 시나리오 던전의 짜임새를 높이기 위한 좋은 변화였다. 그런데 게임의 좋은 발전을 보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말이지… 입안 어디선가 씁쓸함이 느껴졌다. 나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씁쓸함의 이유는 당연히 결과가 좋지 않아서고.

페르소나5의 메멘토스. (c)株式会社アトラス

이제 와서 말하지만, 시간이 지났으니 말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공개된 던전스트라이커(이하 던스)는 프로토타입 및 프로젝트 비전과는 무척이나 다른 게임이었다. 카메라의 시점과 키보드 조작, 그 시점과 조작에 적합한 평면적인 레벨 구성(이 역시 계단이 들어가서 희석되었지만, 복층 까진 안 들어 갔으니 다행), 캐릭터의 등신대 정도만 남았을 뿐, 나머지는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할 정도로 초기 의도와 반대인 결과가 나왔다. 그 중 한가지인 랜덤맵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던스의 초기 키피쳐중 하나는 이른바 랜덤맵이었다. 정확하게 쓰자면, 랜덤 시드에 의해 자동 생성되는 지형과 자동 배치되는 디자인된 임의의 구성요소… 어쩌구 이지만, 말이 길어지면 잘 읽히지도 않고, 이 글에서 그쪽 방향을 깊게 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계속 랜덤맵 이라고 부르겠다.

프로토타입을 들고 입사한 후, 정식 프로젝트로 인정 받기 위한 검증 기간 동안 랜덤맵의 R&D는 경영진에게 은 총알로 작용했다. 추가적인 설명도 필요 없었다. 디아블로2(이하 디아2)를 안 해본, 안 들어본 게임업계 관계자는 없으니까. 그저 그걸 만들 수 있다는 것 만을 입증하면 되었다. 참고로, 이 때가 2009년이었다.

던스의 투자 유치용 프로토타입이었던 Heroes Inc. 스샷 (c)SpiralTeam

디아2는 너무 오래되었고 디아3는 발표만 했으며, 유사 장르 중 그나마 이름을 떨친 건 토치라이트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선례가 분명한, 하지만 당시 주류 시장에 없는 게임을 만들겠다 하였으니. “그 효과는 굉장했다!”
R&D도 착실히 진행되었다. 생각할 만한 범위를 주무를 수 있는 기술은 확보되었다. 던스는 경영진에게 정식 프로젝트로 인정되었고, 남은 건 이 랜덤맵을 게임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만 남은 시점이 되었다.

몇 가지 프로덕션의 방향성이 나왔다. 가장 많은 플레이가 진행될, 요소가 많고 복잡도가 높은 엔드 컨텐츠를 먼저 발전시키자는 의견이 첫 번째 였다. 유저의 플레이 순서대로 앞부터 쌓아나가자는 두 번째 의견도 있었다. 프로젝트는 두 번째 의견에 따라 초반의 경험부터 만들기 시작하였다. 초반은 반복 요소 없이 시나리오를 따라가며 달릴 수 있게 하자는 목표가 추가 되었고, 반복을 유도하지 않은 구간은 고정 맵으로 만들어 최적의 경험을 시켜주자는 방향으로 게임은 개발되었다. 사실상 고정맵 게임을 만들게 되었다. 그렇다.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가기 시작된 것이다. 자동 생성 지형을 만들기 위해 잘게 잘라 놓은 블럭들은 그래픽 퀄리티를 위해 점점 붙어 커지기 시작했고, 랜덤맵을 만들기 쉽지 않은 실외 / 자연물 지형 컨셉이 지속적으로 추가되어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고정맵 구간에 집중하느라 랜덤맵 컨텐츠를 주무르는 것을 – 데이터를 만들고, 컨텐츠를 만들고, 직접 플레이 해보고, 컨텐츠를 수정하는 것의 반복 – 많이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점철된 디테일을 생략하고 결과만 보자면, 짜잔!
고정맵 시나리오 진행 게임인 것 처럼 유저를 끌고 가다가 어느 순간 악몽(랜덤맵 던전)에 던져 버리는 던스가 탄생했다. 물론 악몽의 컨텐츠는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지다 보니 충분히 숙성되지 못했으며, 그 결과가 현재다. (안좋은 반응을 듣고, 서비스가 종료된지 오래 되었다는 뜻이다.)

던전스트라이커의 랜덤맵 컨텐츠인 “악몽 던전”. 그나마 이 스샷은 서비스 후, 추가 컨텐츠를 붙이는 중이다. (c)Eyedentity Games, Spiral Team

맺음
이 글의 목표는 다음 글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나름의 맺음을 지어 보자.
던스와 페르소나5의 고정맵 & 랜덤맵 컨텐츠 사용을 비교해보면, 던스의 선택이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페르소나5는 고정맵으로 만든 시나리오 던전이 익숙해지는 시점에 랜덤맵 컨텐츠를 제공한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게임의 구조가 두 가지 맵의 병행 구조임을 알려주어 목적에 맞게 플레이할 수 있게 해 준다. 동시에 처음에 알려주는 게임이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꾸준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반면 던스는? 악몽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번도 이 게임에 이런 요소가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시쳇말로 통수를 친 것 이다.
물론, 이 것 보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랜덤맵 컨텐츠가 재미가 없었다는 것 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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