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지속성에 대한 고찰.

왜 게임의 지속성에 대해 고찰하는가?

   게임을 구입하는 유저가 아닌, 계속 플레이 하는 유저에게 수익을 얻는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의 상업적인 성과를 알 수 있는 제1지표는 동시 접속자이다. 과거, 월 정액 방식의 MMORPG가 온라인 게임의 다수를 이루던 시절에는 높은 동시 접속자수는 곧 많은 매출액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출시된 온라인 게임의 대부분이 부분 유료화 수익 모델을 채택하게 됨으로써 높은 동시 접속자 수가 많은 매출로 연결되는 공식이 깨졌다. 그리고 높은 동시 접속자 수를 보이고 있지만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 게임과, 접속자 수는 별로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을 내는 ‘알짜’게임이 등장하게 되었다.
   어디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이러한 시점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수치는 ‘재 접속률‘이다. 아무리 동시 접속자가 많더라도 재 접속률이 낮다면, 해당 게임은 상업적으로 성공을 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게임들을 살펴 보면,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들어오지만 한 두 번 게임을 해보고 다시 게임을 하지 않는 일이 많다. 이러한 유저들이 지갑을 열 가능성은 극히 낮다. 마케팅에 많은 돈 들여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은 일시적으로 동시 접속자를 늘리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재 접속률을 높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글에서 온라인 게임의 재 접속률을 높이기 위해, 게임의 지속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해보려 한다.

무엇이 유저들로 하여금 게임을 다시 하게 만드는가?

재미
   재미있는 게임을 다시 찾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점에 의문을 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재미는 게임의 근본이다. 유저는 한번 즐거운 경험을 맛 본 게임을 다시 찾을 것이다. 기본중의 기본임에도 이 항목을 언급하는 이유는, 적지 않은 온라인 게임들이 이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 새로 들어온 유저가 처음 마주하는 게임의 모습이 재미없는 튜토리얼이라고 해보자. 이러한 첫 경험은 재 접속률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고 10분 이내로 게임의 핵심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게임이라면, 보다 많은 유저가 게임을 다시 찾을 것이다.

반복성
   ‘더 잘하고 싶다’, ‘기록을 깨고 싶다’ 라거나 ‘조금만 더 하면 이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다’ 등의 느낌 때문에 게임을 다시 하고 싶다면, 해당 게임은 반복성이 강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슈팅, 레이싱, 대전, 퍼즐 등의 게임은 반복을 전제로 하여 만들어진다. 이러한 게임은 반복하면 할수록 플레이어의 게임에 대한 지식과 조작 기술이 향상되어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실력과 기록을 향상시키기 위해 게임을 계속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즐기는 스타 크래프트와 카트 라이더는 강한 반복성이 잘 나타난 게임이다.
   아케이드용 게임의 핵심 요소인 반복성은 온라인 캐주얼 게임으로 계승되었으며, 일부 MMORPG에서도 PvP등의 형태로 가미되어 있다.

보존성
   보존성이란 게임을 하면서 달성하고 획득한 것이 저장되어 다음 플레이에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달성한 내용을 전혀 저장할 방법이 없는 아케이드 게임을 제외 한다면, 대부분의 게임은 크고 작은 보존성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의 보존성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 할수록 다양한 형태의 이득과 보상을 준다.
   보존성의 대명사는 RPG이다. 대부분의 RPG는 게임을 하는 시간이 비례하여 플레이어의 아바타가 성장하며 아이템을 획득하여 강해지게 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해 나가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지속적으로 아바타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RPG의 수단, 혹은 목표이며, 플레이어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게임을 계속 하게 된다.
   보존성은 “소유”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특성 역시 포함하고 있다.

컨텐츠
   지금까지 보았던 이야기의 뒤가 궁금해서 게임을 계속 하게 된다면, 이것은 컨텐츠의 힘이다. 이기지 못한 보스를 이기기 위해서, 가보지 못한 스테이지를 가기 위해 다시 게임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RPG에서 컨텐츠는 보존성과 결합되어 게임의 지속성을 높여준다. 물론 보존성이 없는 게임에서도 컨텐츠는 유효하게 작동한다. 퍼즐 게임의 단계별 퍼즐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컨텐츠에 의한 게임의 지속성은 강하지만, 컨텐츠 자체는 일회성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컨텐츠가 반복될 경우 재미가 반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패키지 RPG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이 시나리오를 따라 컨텐츠를 한번씩 경험하고 게임을 끝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회성
   사회성은 온라인으로 구현된 게임들만이 가지는 요소이다. 대화, 거래, 협동 플레이 등의 직접적인 교류는 실제 사회에 근접하는 사회성이 발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직접적인 교류가 없다 하더라도 다른 플레이어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며,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 만으로도 플레이어들은 온라인 게임이 살아있는 사회임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사회성 역시 게임을 계속 하는 동기가 된다. 많은 MMORPG플레이어들이 사람을 만나고 함께 게임을 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 만을 목표로 게임에 접속하고는 한다. 일부 유저의 경우 현실이라는 사회를 잠시 잊기 위해 온라인의 가상 사회로 도피하기도 한다. 그만큼 MMORPG의 사회성은 커다란 지속성의 동기가 된다.

지속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

왜 노력을 더 해야 하는가?
   이미 플레이어들이 온라인 게임에 다시 접속하는 많은 이유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서 이들 요소를 반복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존의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는 새 게임이 경쟁력을 가지기 쉽다. 새로 출시하는 게임의 게임성이 기존 게임과 동일하더라도, 발전된 기술을 통한 멋진 그래픽과 신선한 컨텐츠 등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다르다. 발매된 지 오래 된 게임도 지속적인 유지 보수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여 새로 나온 게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보존성, 사회성이라는 관점에서는 발매된 지 오래 된 게임이 더 강력한 힘을 가진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새로 나온 게임을 잠깐 해보기는 하지만, 새 게임이기존 게임보다 매력이 없다면 기존 게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 바야흐로 누적 경쟁이 점점 본격화 되고 있는 이러한 시기에, 새로 만드는 온라인 게임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물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은 게임 디자이너의 이상이기도 하다. 또한 한가지 개인적인 이유를 더 붙이자면 이벤트 등의 일회성 컨텐츠 양산만 하는 게임 디자이너를 줄이고 싶다는 소망이 존재한다.

지속성을 키워주는 게임의 시스템들

   지속성에 도움이 되는 게임의 시스템은 무엇이 있을까? 어떤 시스템이 기존의 온라인 게임들과 차별 요소를 만들어 유저들을 끌어 올 수 있을까?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지속성의 요소는 커다란 관점에서 보면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한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보면 눈 여겨 보아야 할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브 온라인 : 오프라인 트레이닝과 생산
   일반적인 게임에서 캐릭터는 “노력”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많은 RPG, MMORPG는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퀘스트를 수행하여 얻는 경험치로 성장을 하며, 몇몇 게임은 동작을 반복하여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하지만 이브 온라인(이하 이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성장한다. 심지어 게임에 접속해 있지 않는 동안에도 캐릭터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캐릭터가 성장하는데 플레이어가 해 주어야 하는 노력은 아주 적다. 소정의 게임 머니로 기술 책을 구입하여, ‘배운다’ 라고 선언해주기만 하면 된다. 이후에 필요한 것은 시간뿐이다. 이브는 수많은 기술들을 지정된 시간을 소비하여 배우며 성장하는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의 시스템이 어떻게 유저를 게임에 다시 접속하게 만드는가? 게임을 하고 있지 않는 동안에 캐릭터가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고 해보자. 플레이어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바뀌는 자신의 캐릭터의 능력을 체험해 보고 싶어서 게임에 접속할 것이다. 유저에게 재 접속에 대한 긍정적인 보상과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브의 오프라인 트레이닝은 한발 더 나아가 보다 강력하게 재 접속을 유도 한다.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10시간이 소비되는 기술을 배우는 중 게임을 종료했다고 해 보자. 거의 모든 플레이어는 10시간 후 게임에 접속한다. 기술이 다 배워진 후 새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다. (기술을 배우는 데에는 어떠한 큐-대기열 시스템도 없다.) 캐릭터가 아무런 기술도 배우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이며, 성장할 기회를 잃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잃은 시간은 무엇으로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일분도 아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완료되는 시간이 컴퓨터를 할 수 없는 시간이라면 곤란하지 않을까? 이브에서는 이 점도 고려되어 있다. 배우던 기술을 멈추고, 재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행동에 아무런 패널티가 없다. 배우는데 수일~수십일이 소모되는 기술도 존재한다.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다음에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예측해서 적절한 기술을 배우게 설정을 해 두고 게임을 종료한다.
   이브에서는 생산도 온라인/오프라인 관계 없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닌, 공장에 위탁하여 진행하는 이브의 생산 시스템 역시 재 접속 유도재로 사용된다. 생산되어 나온 아이템을 활용하거나 거래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접속해야 한다.

동물의 숲 : 무
   동물의 숲(이하 동숲)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특정 시간에만 “무”를 살 수 있다. 플레이어가 이 “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상점에 매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점은 “무”의 가격이 매일 바뀐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지정된 시각에 “무”를 사기 위해 게임을 켜며, 무를 구입한 이후 매일 무의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게임을 켜게 된다. 플레이어는 특정 일시에 게임을 하는 것으로 일주일간 게임에서 무를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물론, 동물의 숲에서 “무”를 둘러싼 컨텐츠는 단순히 한 명의 플레이어를 다시 접속하게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 가격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러 유저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다른 플레이어의 마을에 방문하게 하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그 기본은 개별 플레이어를 매일 게임으로 이끄는데 있다.)

쯔바이 : 팻 클라이언트
   쯔바이에는 팻 클라이언트라는 부속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을 데스크탑 액세서리의 일종으로 게임의 세이브 데이터와 연동되어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작은 윈도우에 게임에서 등장하는 팻이 미로 형태의 숲을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 팻은 자동으로 숲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찾는다. 이렇게 팻이 얻은 아이템은 게임의 세이브 데이터에 저장되어 게임 속에서 사용할 수 있다. 쯔바이에서는 아이템을 먹는 것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획득한 아이템은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
   종합해 볼 때, 쯔바이의 팻 클라이언트는 게임을 다시 하게 만드는 큰 역할을 해 낸다. 팻 클라이언트는 플레이어에게 게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팻 클라이언트를 통해 획득한 아이템에 대한 기대감 역시 게임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특히 아이템에 의한 레벨 성장은 “게임을 하다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나가지 못해” 게임을 종료한 플레이어를 재도전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언급한 게임에서 찾을 수 있는 재 접속을 유도하는 키워드 : 플레이어, 시스템, 시간

시간과 시스템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보상
   위에서 언급된 3가지 게임 시스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는 “시간” 이다. 게임 플레이 여부와는 관계 없는 시간, 게임을 하고 있지 않는 시간에 플레이어에게 어떤 보상, 혹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러한 보상을 제공하는 주체는 시스템이다. 이브의 경우는 성장이란 보상을, 동물의 숲에서는 무에 투자를 할 기회와, 무를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라는 보상을, 쯔바이에서는 사용하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웹 게임에서는 자원을 보상으로 제공한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노력 없는 보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동안 직접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만이 존재하며, 게임을 하지 않는 동안에는 플레이어가 얻는 것을 보존해 주기만 한다. 기술적인 한계로 저장이 불가능하던 게임이 많던 시절에는 저장을 하여 플레이어의 기록과 재화가 보존된다는 것이 큰 가치였을지는 모르지만, 모든 것이 저장되는 현대에서는 이것은 플레이어에게 당연한 것일 뿐, 별다른 가치를 주지 못한다. MMORPG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소지하고 있는 것의 가치 조차 유지되지 못한다. 게임을 몇 달 동안 쉬다가 다시 접속해 보면, 어렵게 획득한 고급 아이템은 더 좋은 아이템에 의해 가치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임 머니 역시 마찬가지이다. 플레이어들의 게임 머니 획득 능력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물론 시간에 따른 보상을 해 준다고 하더라도 실제 게임을 하는 유저가 획득하는 보상을 따라갈 수는 없다. (따라가서도 안 된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과 시간에 따라 얻는 보상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한다면, 유저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맺으며.
   참 부족한 게 많은 글입니다. 오랫동안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고 지인들에게 몇번 회람하기도 하였으나 마음에 들게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네요. 정말 마음에 드는 결론을 적는 것은 멋진 게임을 만든 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중간 기록의 일환으로 블로그에 기록해 둡니다. 글을 적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피드백을 해준 진냥마님, 기획자 스터디 여러분, 범근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게임의 지속성에 대한 고찰.”에 대한 4개의 생각

  1. MMORPG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묻어나는 좋은 글이군요. 글 곳곳에 고생하신 흔적이 잘 보이네요. 다음에도 지속적인 포스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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