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서기 캠페인과 두줄서기 캠페인.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줄서기 / 두줄서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한줄서기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때 걸어서 이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만히 서 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오른편에 서자는 운동으로, 빠르게 정착되었다. 하지만, 한줄서기는 에스컬레이터 발판의 한쪽 편에만 하중이 실려 에스컬레이터의 수명을 줄이고, 고장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는 이 캠페인이 중단되고, 다시 두줄서기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두줄서기 캠페인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왜 어떤 캠페인은 잘 받아들여지고, 어떤 캠페인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미리 이야기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상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을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다. 보다 현실적이고 기업적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왜 한줄서기는 대중에게 받아들여졌을까?
한줄서기는 빨리 가고 싶은 사람과 편하게 가고 싶은 사람 모두의 요구에 부합한 규칙이다. 작은 규칙 하나를 지킴으로써, 양쪽 모두 확실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한줄서기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근본적인 이유라 생각한다.
MP3 불법 공유 및 다운로드
MP3나 유사한 디지털 형태로 만들어진 음원을 비용 지불 없이 다운로드 받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람들이 MP3 음악을 불법으로 다운 받고 있으며, 그 결과로 CD의 판매가 줄어들었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원인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번엔 원인이 아닌 대응에 대해 살펴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음원 공급자들의 행동은 어떠하였는가?
다수의 회사는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 노력했다. 많은 음반 회사가 MP3업로드와 공유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법적으로 제한하려 노력하였다. 더불어, 복제나 추출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 적용된 CD를 만들어 팔기도 하였다.
반대로, MP3기술을 적극 수용한 회사도 존재한다.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iTMS를 통해 MP3를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 생겨난 흐름에 맞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셈이다.
결과는 어떠하였는가? 애플은 최대 규모의 온라인 음원 판매자가 되었으며, 전체 음반 매출의 십 수%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 규모는 차츰 커져가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CD판매는 크게 줄었으며, 복제방지CD는 전혀 시장에 받아들여지지 못한 체 사장되었다.
게임의 불법 복제.
게임 역시 MP3와 비슷한 과정을 겪어 왔다. PC 패키지 게임, 카트리지, ODD 할 것 없이, 모든 유형의 게임은 불법 복제에 시달리고 있다. 오랫동안 많은 업체들이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하였으나, 성과를 거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재, 한국의 패키지 시장은 완전히 사장되었다.
한편, 90년대 후기부터 그래픽을 가진 온라인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은 한창 보급되던 고속 인터넷과, PC방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으며, 새로운 게임 시장을 개척하는데 성공하였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서버에 접속을 해야만 하는 온라인 게임은 불법 복제가 만연한 게임 시장에 착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도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많은 게임들이 유료 서비스 개시 전 유저들을 많이 모으기 위해 오픈 베타 기간을 무료로 하여 게임을 공개했으며, 유저들인 이런 저런 게임들의 무료 기간만 즐기고 돈을 지불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이른바, 베타족이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자, 발 빠른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게임 자체는 완전 무료로 돌리고 아이템이나 부가적인 서비스를 판매하는 부분 유료 방식으로 게임 과금 방식을 변경해 나갔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개인의 성향은 다양하다. 하지만, 익명화된 다수의 구매자가 되는 순간, 대부분은 철저하게 자신에게 편리하고, 이득이 생기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개인 개인에게 도덕성이 있다 하더라도, 한번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따라가기 마련이다. 다른 분야라면 모르겠지만, 자본주의 시장이 도덕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해결방법이 무엇인지는 이야기 하기 힘들지만, 시장에 무언가를 파는“입장에서 취해야 할 방법은 비교적 확실하다고 본다. 쉽고 확실한 방법은 시장의 흐름을 타고, 그 방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비 전통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사용자들은 그것이 편리하고 더 이득이 있다고 느낀다면 바로 적응하여 그것을 이용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공급자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입장에서 섣부르게 이야기 하기 힘들지만, 이런 것은 어떨까? 편마모에 강한 롤러를 개발한다던가, 폭을 슬림화 하여 발판 하나에 2명씩 올라가는 기존 에스컬레이터 자리에 1명용 에스컬레이터를 2개 설치할 수 있게 한다면 사용자도, 공급자도 만족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맺으며.
처음에는 에스컬레이터 하나만으로 가볍게 생각한 화두였습니다만, 생각을 정리하고 게임과 음원에 대한 예를 추가하면서 점점 씁쓸해졌습니다. 너무 적자 생존식 논리를 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