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언 슈버트 – 닌자니어링의 CEO이며 메리디안59와 UO2의 디자이너
MMP분야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제는 소위 내가 ‘개미 농장 효과’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은 개발자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할 때 벌어진다. ‘만약에 이런 기능이 게임에 있다면 정말 멋지겠군!’ 하지만 단지 개발자는 위에서 개미를 내려다보며 재미를 느끼는 것뿐이다. 실제 개미(플레이어)의 입장이 돼보면 그 기능은 생각처럼 재미있지 않다. 보통 이것이 가져오는 문제는 플레이어간의 불균형이다. 개발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만한 경험, 지식, 상식이 부족한 플레이어들은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개발자들은 이런 자가 만족을 위해 집어넣은 기능에 대해 ‘흥미롭고 긴박한’, 실제 사례를 통해 충분히 검증한;, ‘환상적인 전략’ 같은 그럴싸한 문장으로 방어를 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얻게 되는 것은 고객지원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사용자의 불만뿐이다.
– 출처 : 온라인 게임 기획, 이렇게 한다 : Developing Online Games An Insider’s Guide
한번 릴리즈된 게임은 이미 유저의 것이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의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가지고 논다고 해서 뜯어 말리고 원래의 방법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 만약 누군가가 그렇게 할 경우, 아이들은 그 장난감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다칠 것 같지만 않으면 가만히 두는 것이 좋다.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문제가 생기지만 않는다면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어느 정도는 존중해 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게임이 유저의 손 들어간 이후에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더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게임을 수정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배운 것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려 하지 마라. 영향력을 행사하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해도 절대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만족시키면 그 나머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을 변질시키지 말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불필요한 부분은 늦기 전에 생략해야 한다.
– 출처 : 온라인 게임 기획, 이렇게 한다 : Developing Online Games An Insider’s Guide
첫 번째 글과 두 번째 글. 모두 경험에서 우러나온 공감 가는 글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첫 번째 글과 두 번째 글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글은 릴리즈 된 게임에 개발자의 의도를 반영하기 보다는 유저들의 플레이 경향을 살피고 그에 맞춰 새로운 내용을 적용하라고 하고 있으며, 두 번째 글은 릴리즈 된 게임에서 유저들이 많은 요구를 하더라도 모두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기획을 유지하라고 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행동은 게임이 유저의 손에 쥐어진 이후로는 유저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유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수집된 항목들을 정리, 취합하여 한걸음 더 나아간 내용을 기획하여 게임에 추가하거나 수정을 가해야 한다. 이는 마치 행간을 읽어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 것과 같다. 또한, 요구사항 이상의 행동을 하여 요구자로 하여금 “어? 이건 내가 요구한 게 아닌데, 생각해보지도 못한 근사한 게 나왔네?” 라고 하는 것과도 같다.
첫 번째 글이 경계하는 것은 유저의 행동 관찰과 의겸 수렴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획자가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어떤 수정사항이든 새로운 요소든, 근거는 유저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에서 나와야 한다.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기획은 큰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글은 “사용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모른다. 설령, 사용자가 요구하는 것을 만들어 주더라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는 디자인의 일반론과 통한다. 일반적으로 유저들이 게시판에 소리 높여서 요구하는 것은 “유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유저의 유리함”이다. 이러한 의견은 게임 전체의 유기성과 균형에 해를 끼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두 사람이 아닌, 여러 유저. 특히 글에서 언급한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의 의견 역시 마찬가지 이다.
게임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유저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역시 알아두어야 한다. 게시판에 글을 적는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표본 집단이 아닌, 아주 특수한 집단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말을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그대로 믿어서도 안 된다. 그들의 생각은 묵묵히 게임을 하는 99%의 유저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가 나머지 99%를 대변할 수도 있지만.
결국, 오픈 마인드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고, 객관적으로 결론짓는 것이 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