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회고 먼저.
한동안. 애자일에 꽤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그게 언제쯤이었냐 하면. T팀에서 B팀으로 옮기고, PM과 디랙터가 없는 팀에서 열심히 해보려던 때였다. 원래 조직, 프로젝트, 스케줄 관리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했으나, 상황은 이러하고, 어찌 되었든 게임을 잘 만들고 싶어서 뭐든 하려고 할 때였다.
그러나, 뭔가 시도해 보기도 전에 좌절했다. 사람들 (정확히는 관리 성향이 없는 일반 팀원들)이 애자일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생겨 버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창준님께서 회사에 오셔서 세미나를 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물론, 김창준님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창준님의 세미나는 충분히 좋았다. 단지 팀 분위기가 어둡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매우 부정적이고 까칠하던 상황에 세미나가 열려 버려서, 사람들이 모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일 뿐.) 애자일은 리더에 의한 방법론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행동 원칙이 되어야 할 텐데… 첫 단추를 끼우기 전부터 좋지 않았다. 뭐 어쨌거나, 도전은 했다. 스탠딩 회의도 해 보고, 나름 상황판도 만들었으나… 역시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 뒤로, 애자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린을 조금 살피다가, 원론적인 전통적인 시스템도 보다가… 그냥 처음처럼 매니징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다음에는 책 이야기. 애자일 회고.
위와 같은 이유로 프로듀서용 책 읽지 않기로 결심 했는데.
애자일 책 읽지 않기로 결심 했는데… 팀 문화에 대한 관심 하나 때문에 이 책을 주문했다.
요즘 화두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팀을 좀 더 잘 뭉쳐서 부드럽게 굴릴 수 있을까? 이기 때문이다.
책을 펴자 마자… 서문부터 뭔가 와 닿는다.
그리고 바로 찾은 회고에 대한 김창준님의 글
3Fs : 사실, 느낌, 교훈(Fact, Feeling, Finding)의 세가지 F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뭐뭐뭐를 해봤다. 그래서 어떤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다”의 형식을 사용합니다. – 애자일 이야기
다른 분야에서는 이런 것들이 그렇게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칭찬일기라던가.. 그런 것 쓸 때도 같은 원칙으로 이와 거~의 유사한 3가지 관점 방법론을 쓴다.) IT분야에 적용시켰다는 점은 무척 멋지다!
감상과 기록들.
- 무척 쉽게 씌여졌으며, 아주 구체적인 방법들이 잘 나와있다. 역시 문제는 적용이겠지. 전반적인 실천은 못하더라도, 상황에 맞게 요소 요소만 따오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인다.
- 이 책의 저자는 회고계의 여신 2분이다. 칭호에서도 나왔지만 여성분이다. 역시 이런 일에는 여성이 좋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고누소프트 시절, 이PM님이 생각난다.
- Facilitator : 회의의 진행자 이상의,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 Check-in :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히 모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마음을 열 수 있게 만들면 더 좋지만, 감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 서툰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우회적으로 질문한다. 꼭 대답을 하는 게 중요하다. 회의 초반에 말을 하지 않으면, 끝날 때까지 말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감사하기 활동. 서로에게 감사하는 말을 해라. 관계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 Make it so. 스타트랙을 한번 봐야겠다.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닫힌 마음을 열어 주는 것 만으로도 멋진 일이 생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