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의 표지에는 ‘뇌신경병 환자들이 여행하는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또 하나의 인간 세계‘ 라는 말이 적혀 있다. 그리고,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신경학을 전공한 의사이다. 뇌신경병? 신경학? 도대체 어떤 학문이지? 편하게 이야기 하자면 ‘현대 심리학‘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책은 심리학 전공 서적인가? 잘라서 이야기 한다면 이 책은 올리버 색스라는 의사가 만난 환자들을 묘사하고, 그에 대한 의학적 소견 등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학문적 정의가 어찌 되었던 간에, 이 책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신선하고 재미있다.
이 책에서 다루어 지는 환자들은 표면만 본다면 기괴한 사람들이며, 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아내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정상적으로 느끼고 움직이지 못하고, 얼굴에 화장을 반만 하고, 환청이 들리고, 삐딱하게 걷고, 발작을 하고… 일반적인 사람이 본다면 결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냥, 정신병자, 장애인으로 볼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인지하는지 살핀다. 그리고 놀라운 것들을 발견한다. 이 책에 묘사된, 그들이 인지하는 세계는 그야말로 기이하고 불가사의하다. 하지만 동시에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다.
이 책에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잔뜩 담겨있다. 그리고,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느낄 수 있다.
덧. 예전에 읽었던 “광기. 그것은 완성되기 위한 깨어짐”이란 책이 생각난다. 정신분열증에 걸린 소녀의 10년에 걸친 감동적이고 놀라운 투병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