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 Me Plz : 게임 회사에 면접 보러 오는 기획자들에게 드리는 글.

보러 오는 사람 없는 블로그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맘대로 써본다.


 



면접이란 세일즈다.


 


  면접이란 무엇인가? 좀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회사의 대표로 나온 면접관에게 자신을 홍보하여 구매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회사 구경하고, 면접관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농담 따먹기 하듯 질문에 대답하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면서 상품 판매에 비유를 자주 할 텐데, 읽으면서 기분 나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 나쁠 게 뭐 있는가? 직원은 회사에 자신의 시간과 지식, 정신력과 노동력을 파는 것이고, 그에 따라 급여를 받아 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제로 제시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물론 회사에서 직원을 물건 취급하듯, 쓰다가 자른다거나 한다면 큰 문제겠지만…)


 


  면접을 할 때는 팔릴 만하게 홍보를 해야 한다. 지하철 잡상인이 물건을 파는 광경을 보았는가? 쉴 새 없이 떠든다. 어떤 제품이고, 어떤 장점이 있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설명을 하며, 가능하다면 시연도 하고, 원래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데, 특별히 저렴이 주겠다는 말까지 한다. 이렇게 짧고도 긴 설명을 하고 나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빼고는 본체만체 한다. 그리고 그 소수의 사람들 중 일부만 제품을 산다.


 


  만약에, “이 제품은 올해 여름, 국내의 좋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입니다. 잘 부탁 드리며 많은 구매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궁금한 것 있으면 질문해 주시고요.” 라고 말한다면 팔릴까? 전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이 정도의 태도로 자신을 팔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판매도 판매 나름이다. 엄청난 가치와 희소성을 가진 물건이라면, 구구절절 설명을 안 해도 되겠고, 많은 판매자 들이 모여 서로 더 높은 가치를 제시하며 구입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기획자 한 명을 뽑는 다고 해도 한 달에 100명 넘는 사람이 지원을 한다. 하지만 몇 달에 걸쳐 한 명을 겨우 뽑아 낼까 말까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저 그런 면접자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기획자이다. 말하기와 설득하기가 제 1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화술이든, 철저한 논리든, 방대한 자료든. 무엇이든 좋으니 면접관을 설득해야 한다. 자신 하나도 못 팔면서, 자신의 기획 내용을 다른 작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


 



우리는 당신의 성장과정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본인은 면접을 할 때 언제나 동일한 질문으로 면접을 시작한다.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대충 여기에서 초반의 평가가 결정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 몇 년에 (어떤 가족에서)태어나


   2. 어떻게 성장했으며 (주로 게임을 했다. 고전 게임기가 나열된다.)


   3. 어떤 학창시절을 거쳐 (가끔 TRPG를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자리에 왔다고 한다. 자기 소개서에 쓰는 내용과 동일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면접자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그 안에서 어떠한 개성이나 장점이나 쓸만한 정보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와 면접관은 면접자의 성장과정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게임을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런 가산점을 주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이러한 ‘Game Kid’는 게임 회사에서는 너무도 흔하다. 말 해봐야 평범한 지망자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무엇을 말해야 하나? 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


  기본적인 자기 소개는 아주 짧게 하거나 생략하고, 본인의 경력사항 위주로 말을 한다. 어디서 어떤 일을 했다. 라면서 스리슬적 자신의 자랑을 섞으면서 자신의 세일즈 포인트를 과시할 것이다. “팀원 몇 명을 이끈 팀장을 했다.” 라던지, “프로듀서의 오른팔이 되어 프로젝트를 좌우 했다.” 라던지, “경력은 없었지만, 성실함과 능력으로 모든 팀원에게 인정받아, 어떤 일을 위임 받았다.” 라던지..


 


  경력이 없는 신입은?


  역시 자기 소개 보다는 세일즈 포인트를 언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비록 경력은 없지만, 풍부한 지식이 있다거나, 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했다거나, 머리가 무지 좋아서 엄청나게 빠르게 배울 수 있다거나, 미칠 듯이 부지런해서 잡다한 일을 해결해 주어 발목을 잡지 않으면서 일을 배워나가겠다거나. 성실함과 체력으로 될 때까지 도전하겠다거나.” 이렇게 잘 말하는 신입 기획자를 만나 본적이 없어서있었으면 뽑았을 것이다. – 어느 답이 실질적인 정답이라고는 이야기 해줄 수 없지만, 저 정도면 만족스럽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름을 말하는 것을 빼먹지 마라. 신입 면접을 할 때 보면 이름을 이야기 하지 않는 사람이 꽤 있는데모든 면접 관이 당신의 이력서를 꼼꼼히 읽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읽고 왔다 해도 까먹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사 담당 직원은 하루에도 몇 명이 면접을 보고, 수십 명의 이력서를 검토한다. 개발자는 바쁜 일정 속에 겨우 짬을 내서 면접에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조해서 말해라. 신입이라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말하고, 크게 숙여 인사하는 등의 행동도 좋다. 여러 번 말하는 것도 좋다. 강조해서 나쁠 것 없다. 기억에 남을 수 있다면, 울트라맨의 포즈라도 해라. 그런 퍼포먼스를 했다고 내쫓을 게임 회사는 없다.



 
홈쇼핑에서 하나의 상품을 홍보할 때,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아라.


 


 


당신의 열정을 구체적으로 보여라.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습니다.”


 


  면접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만 열정 하나만은 누구 못지 않습니다.” 이다.


 


  열정은 게임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게임 회사의 직원과, 입사 지원자가 열정이 가득하기 때문에, 열정이 있다는 점이 큰 가산 점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증명하기는 아주 힘들다. 말로는 열정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열정이 있는지 재대로 이야기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떻게 생각하면, 마음 속에만 있는 열정을 어떻게 보이냐? 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 속에만 있는 열정은 필요도 없다. 정말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그 열정을 참지 못하고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것이다.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이 있다면서, 시간이 없어 한 달에 게임 하나도 재대로 안하고, 책 한 권도 재대로 읽지 않고,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한 생각 정리 한번도 못했다면, 누가 그 사람이 열정이 있다고 받아들이겠는가?


 


  또 한가지. 열정 = 적극성이다. 하지만, 입사에 있어서 적극성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끔, 커뮤니티 게시판에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다.” 라는 글을 보면, 필자는현업 기획자라는 것을 밝히며 코멘트를 달아준다. 하지만, 그 코멘트를 보고 쪽지나 메일을 보내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면접을 본 후에, 불합격 처리가 되었을 때 전화를 걸거나 (본인은 면접 통보를 핸드폰으로 한다. 당연히 개인 전화번호를 남겨준다.) 이 메일을 보내서,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해서 떨어졌는지. 무엇을 더 보충해야 게임 기획자가 될 수 있는지물어오는 사람 역시 한 명도 없다. (면접 후, 연락하고 방문한 사람이 딱 1명 있었다. 소지품을 놓고 갔기 때문이다. 물론 저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예의 없는 행동? 10년 넘게 밤잠 설쳐가며 꿈꿔온 길을 가려는데, 예의가 무슨 장애물인가? 어차피 다시는 안볼 면접관인데.


 


  예전에, L모 게임을 만든 N모 사에는취직 시켜 줄 때까지 집에 가지 않겠다.”며 사장실 앞에 들어 누웠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게임 업계에 떠도는 이야기다.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물론 그 사람은 사장의 눈에 띄어 취직에 성공했다고 한다.


 


 


마무리.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 하자면, 입사 과정에서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이다.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의 경우, 포트폴리오가 실력을 거의 입증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면접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인격적인 결격사항만 없다면, 면접은 거의 통과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기획자의 경우, 포트폴리오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적다. 그만큼, 면접에서 많은 것이 판가름 난다.


 


  좀 잘 좀 해주시면 좋겠다. 대학, 학원에서도 이런 것좀 갈켜주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