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 거의 진리에 가깝도록 모든 상황에 사용될 수 있는 말이다.
  아는 게 많으면, 그만큼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고, 상대방의 입장과 주장을 이해할 가능성도 커진다. 반대로, 어떤 것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 밖에 없다면… 대략 난감해진다.

그럼… 얼만큼 알아야, 알만큼 아는 것일까?

  지금까지,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맨땅에 삽질하던 것까지 계산해 보면,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지도 벌써 10년째이다. 혼자서 연습장에 끄적이던 시절은 빼고, 다른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와 삽질하던 것만 해도 말이다. 나름 송사리 수준은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알량한 잣대로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 우월하다는 자만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 블로그에 거만하게 ‘칼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서 올릴 수 있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뒤돌아 보면. 불과 몇 개월 전에 쓴 글도 부끄러워진다. 아니, 당장 지금 쓰고 있는 글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고치고 또 고치기만 하지,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알면 알수록, 부족한 자신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름 쓰고 있는 것은 계속 있지만, 엉뚱한 책 이야기 같은 것만 올리는 것에 대한 변명이다. – ㅅ-@)
 
  재작년, 학교에 1학기 복학한 적이 있다. 그 때, “컴퓨터 게임과 문화”라는 강의를 들었는데, 듣는 내내 피식거렸던 기억이 난다. 애당초 강좌 자체가 인문학에서 개설한 것이기도 했지만, 역시나 강의의 내용은 실제 게임과는 턱없이 거리가 멀었다. (애당초, 그 강의에 들어갔던 것은, 혹시나 쓸만한 인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바램에서였지, 강의 내용을 들으러 간 것이 아니었다. 물론, 사람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혹시 내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말 좋은 이야기를 했음에도 알아 듣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도 면접을 많이 본다. 막말로, 미치도록 본다. 정말 미칠 것 같다. 특히, 자신이 알고 있고, 경험한 한 두 가지를 불면의 진실인 것 마냥 계속 주장하는 면접자를 만나면 정말 정말 미칠 것 같다. 면접이 끝나고 나면 면접관끼리, ‘어떻게 저러고도 전의 회사를 다녔을까 의심스럽네요.’ 라는 평가를 주고 받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내가 다른 곳에 면접을 볼때, 똑같은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정말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내 잣대가 짧아서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해본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인과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그저 모습만 닮은 형상에 대고 비유한 것이긴 하지만. 참, 이런 상황에서는 좋은 말 같다. 더 배우고 경험하고, 겸손해 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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