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2002년이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곧 절판되어 계속 읽지 못하고 있다가 김기웅대리님(http://betterways.tistory.com/)께서 빌려주셔 읽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게임과 영화의 공통점
은 아주 많다. 상업 예술, 대중 문화, 비교적 역사가 짧은 내러티브 매체 …… 그런 여러 가지 공통점 중에서, 이 책을 볼 때 가장 생각해 볼 것은 제작 대비 흥행의 비율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얼마나 많은 게임이 나올까? 온라인, MMORPG, 캐주얼, FPS, 패키지, 콘솔…… 다 합치면, 수백 편의 게임이 한 해에 나올 것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거의 다 망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나오고, 몇 개만 엄청나게 벌고, 나머지는 대부분 망한다. 물론, 버는 영화는 엄청나게 번다. 전부 더해서 평균을 내자면, 영화 제작은 손해 보는 산업이라고 한다.

그런 산업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 푼도 잃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가 바로 로져 코먼, 뉴월드 픽쳐스의 창시자이자 이 책의 저자이다.

게임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에서 이 책을 보자면.

로져 코먼을 알기 전에, 그의 영화를 제목도 모른 체 우연히 먼저 보았다. 피를 마시고 커 나가는 식물이 소재로 나오는 흑백 영화였다. (제목은 the little shop of horror, 이 책에는 공포의 구멍가게라고 번역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흡혈식물 대소동으로 알려진 듯 하다.) 정말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다. 특히 엔딩은 지금 보아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그의 영화만큼 재미있다. 로져가 어떻게 영화의 소재를 잡고, 찍고, 팔고, 새 영화를 찍고, 새 사람을 캐스팅하고, 흥행하고, 계약하고…… 숨가쁘게 새 영화를 찍으며 달려가는 그의 모습이 정말 멋졌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익숙한 이름들 – 예를 들어 잭 니콜슨등 – 은, 책의 재미를 더 해준다. 왜냐면? 그들의 상상도 못할 초창기 모습이 담겨 있으니까.

사실, 나는 영화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다. 그냥 재미있게 보고 말 뿐, 감독이 누군지, 배우가 누군지 잘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만약에, 정말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고전 영화와 B급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더더욱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에, 간간히 “닥터 후” 라는 영국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로져가 생각난다. 저렴한 분장을 뒤집어 쓴 외계인과 말도 안 되는 소품들. 적은 수의 세트로 그려내는 다양한 미래의 모습들이 너무나 유쾌하다. 저렴하기에 더 상상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게임 디자이너의 시각
으로 이 책을 보면.

“로져 코먼은 천재였구나. … 그래서 어쩌라고?” 정도?

그가 정말 멋지게, 적은 돈으로 계속 영화를 찍어내서 흥행을 시켰다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나 노하우는 찾아 보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게임에 대한 것도 아니고, 게임 디자이너를 위한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그의 노하우를 이 책 속에서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가 만든 영화를 보아야 그 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그의 지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하나라도 건지자는 의미에서 책의 내용을 조금 기록해 두자. (사실, 하나도 못 건지는 책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책은 정말 훌륭한 책이다.)

신속함. 기획력. 그리고 추진력.


그 첫 번째는 신속함이다. 그의 영화 촬영 속도는 놀랄 정도로 빨랐다. 영화 1편에 1주일 정도? 사실, 이 점을 게임에 반영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가 새로운 장르를 시대 흐름에 맞춰 신속하게 만들어 냈고, 후속작도 재빠르게 만들어 냈으며, 수익을 얻은 뒤로는 바로 다른 장르로 전환했다는 점은 정말 높이 사야 한다. 문화 상품 대량 소비 시대에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선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로져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한가지 속성은 “긴 협상은 없다” 이다. 밀고 당기기 없이, 재빨리 결론을 내고 영화를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소수 정예의 헌신적이고 잘 훈련된 병사들은 아무리 많은 오합지졸들이라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교전 신조요.” 그건 바로 로져의 영화 제작 신조이기도 하다.



사람을 다루는 능력


그가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결코 미끼를 던지거나 어떤 조건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와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그와 친구로 지낸다. 그들이 좀 더 좋은 조건 아래에서 일하기 위해 떠날 때 조차 로져는 그들이 등을 돌리지 않게 해서 보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것이 가능했을까? 일단, 책에 나온 일화들만 가지고 생각해 보자면.



  • 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었다. 감독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에게 감독 자리를 주기. 신인 작가에게 시나리오 맡기기 등.
  • 믿고 맡겼다. 자신의 스텝들의 안목을 믿었다.
  • 책에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무척 잘 뽑았던 것 같다. 안목도 좋았고 운도 좋았던 것일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