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개인적으로, 더 이상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필요성이 없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진 때가 있었다. 뇌의학이나 신경학이라 불리는 학문 때문이다. 분명히, 머리의 뚜껑을 열고, 뇌를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된 이후, 그 동안 추측만 해왔던 많은 것들이 밝혀져 왔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심리학자들은 뇌의학과 신경학이 발달하는 동안 계속 연구를 해온 듯 하다. 그리고, 이런 걸출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의 주제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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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는 인간의 행복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가 담겨 있다. 행복에 대한 에세이나 자기 계발용 도서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차라리 심리학 전공 도서에 가깝다. (여담으로.. 그렇게 두꺼운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번 읽고 이해가 잘 안 가서 두 번 읽었다. 총 2주가 소요되었다. 보통 다른 책을 읽는데 1~2일 (1일 평균 2시간)걸리는 것에 비하면 무척 오래 걸린 셈)

우리 마음이 작용하는 방식에 관한 탁월한 통찰
   무엇에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가?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한 미래가 실제로 도달하고 나서 보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때때로 생각하지도 않은 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임 디자이너와 심리학. 행복. 분명 뗄래야 뗄 수 없다. 무엇에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지, 혹은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하다는 착각을 줄지 알 수 있다면 보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적지 않은 궁금증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오직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미 그들이 알고 있던 것과 지금 보고 있는 것을 향해 다음에 일어날 상황을 예측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로 발생한 다음 일이 예측했던 것과 다르면 원숭이와 아기는 깜짝 놀란다는 점이다.

– 게임에서 빼놓을 수가 없는 것 중 하나가 패턴이다. 알고 있는 것과 봐 온 것을 하나의 패턴으로 파악하고 대응하여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는 것은 게임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이다. 이처럼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게임의 또 하나의 주요 요소인 랜덤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서다. 너무 랜덤함을 강조한 나머지, 패턴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좋지 못하다.

   우리는 왜 미래를 상상하는 걸까? : 통제에 대한 강렬한 욕구
   사람은 통제력을 행사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낀다. 통제력을 통해 얻는 미래 때문이 아니라, 뭔가 통제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 통제라고 말하면 조금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어라고 해보자. 게임에서 매우 익숙하고 중요한 개념이다. 그리고 간과하기 쉬운 요소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유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통제하고 싶은 우리의 욕구는 상당히 강력할 뿐 아니라 통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매우 뿌듯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통제할 수 없는 것들도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상대가 무능하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무작위로 진행되는 내기에서조차 더 많은 돈을 건다. … 또 사람들은 복권 숫자를 자신이 정할 때 더욱 당첨될 확률이 높다고 믿으며, 주사위 게임에서도 자신이 직접 주사위를 던질 대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은 이미 던져진 알 수 없는 주사위 숫자보다는 아직 던지지 않은 주사위 숫자에 더 많은 돈을 걸며, 어떤 숫자를 당첨 숫자로 할 것인지를 스스로 정할 때 더 많은 돈을 거는 경향이 있다.

– 게임에서도 이와 같은 예가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유저의 조작이 관여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숫자와 주사위 결정 되는 사항들이 게임에서는 무척 많다.

  통제력에 대한 착각의 가장 이상한 점은 이런 환상이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착각이 우리에게 주는 심리적인 이득이 진정한 통제력이 주는 이득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실제로 자신의 통제력에 대해 크게 착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임상적으로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한 성향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눈 앞의 현상을 어느 정도까지 통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 개인적인 답1

현재의 경험으로 미래를 예측하다 : 미리 느껴보기의 특징

   뇌는 실제 상황을 지각하는 일을 최우선적 임무라고 생각하므로, 상상하는 데 사용되기 위해 잠시 시각 피질을 빌리려는 당신의 요구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만다. … 타조를 보면서 팽귄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 현실 우선 원리 때문에, 우리는 역겨움을 경험하는 동안에는 열정을 상상하지 못하고 화를 경험하면서 애정을 상상하지 못하며 포만감을 경험하는 동안에 허기 상태를 상상하지 못한다.

– 개인적인 답2

   기억해야 할 점은 다양성과 시간 중 하나만 있으면 다른 것은 필요치 않다는 점이다. 즉, 같은 사건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반복되면, 다양성은 굳이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

– 유저가 게임 경험에 질려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무한히 다른 요소를 제공해 줄 필요는 없다. 한가지에 질리지 않게 적당히 섞어서 반복시켜 주면 된다.

가능한 대안들과 비교하기

  나란히 놓고 비교할 때 발생하는 가장 위험한 사실 중 하나는, 비교 대상이 되는 여러 대안들을 서로 구별하도록 해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의 주의를 끈다는 점이다. – 점원이 2개의 TV를 비교하기 시작하는 순간. 각각의 TV의 가치는 개별 TV의 가치를 평가했을 때 보다 높아진다.

– 난이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선택지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캐릭터를 만들 때 정해야 할 항목을 줄여 주는 것 등은 게임의 문턱을 낮추고, 유저가 쉽게 들어오게 한다. WOW에서도 처음 10레벨 이전에는 특성을 선택할 일이 없게 하며, 초반에 난이도를 줄여준다. 하지만 너무 이렇게만 만들면 게임이 재미 없어진다. 가치를 줄만한 것을 유저에게 줄 때는 유저에게 선택을 하게 하라. 대부분의 유저들이 선택을 통해 획득한 것에 자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수집하기

   뇌는 눈이 보는 것을 믿고, 눈이 부인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을 믿으려면 그것은 사실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적어도 사실과 지나치게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우리는 어떻게 해서 자신과 자신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사실을 조작한다. 사실을 수집하고 해서하고 분석하는 데는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기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서로 다른 기법들은 서로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훌륭한 과학자들은 가장 적절한 기법에 따라 도출된 결론은 설사 그것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대로 수용한다. 그러나 형편없는 과학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결론을 정해놓고 그 결론을 도출해줄 것 같은 기법을 선택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모습과 경험에 관련된 사실들을 모으고 분석할 때 형편없는 과학자들이 취하는 것과 똑 같은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행복하지만 형편 없는 과학자가 될 것인가, 우울하지만 진실을 직시하는 훌륭한 과학자가 될 것인가. 적어도 일터에서는 부정적이란 소리를 듣더라도 상관 없으니 똑바로 현상을 보고 대처하고 싶다.

   우리의 결정이 얼마나 현명한지, 우리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우리가 활기찬 성격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풍부한 정보는 우리의 기억이나 잡지가 아니라 타인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결론을 지지해줄 정보에만 자신을 노출시키려는 경향성은 우리가 곁에 둘 사람들을 선택할 때 특히 강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 심지어 주변 사람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을 것 같을 때, 우리는 그렇게 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하기도 한다.

심리적 면역체계를 작동시키는 요인들 : 강도 요인

   한 연구에서 신고식으로 전기 충격 3회를 행하는 동아리에 가입한 학생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매우 강한 전기 충격을 받았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자 강한 전기 충격을 받은 집단이 경미한 전기 충격을 받은 집단보다 그 동아리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고통이 방어체계를 작동시켜, 즉시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한 것이다.

–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 성장이 어려운 게임일수록, 유저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에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 당연한 것일까? 너무 쉽게 쉽게만 만든 온라인 게임은 유저들이 떠나기도 쉽다. 패키지 게임은 예외다. 게임을 구입한다는 문턱을 한번 넘었기 때문이다.

불가피성 요인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상황보다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가 작한다.
   우리는 오직 우리가 희망을 찾아야 할 때만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서 건강검진 결과, 위험 요인이 있다고 나오면 역설적으로 행복감이 증가한다. 우리의 운명이 피할 수 없을 때, 도망칠 수 없을 때 그리고 취소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운명에서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려고 한다.

아주 드문 일들이 기억에 잘 남기 때문에 범하는 실수들

   드문 경험이 우리 기억 속에서 쉽게 떠오른다는 점 때문에 몇 가지 특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할인점의 계산대를 고를 때마다 가장 느린 줄을 골랐던 것 같고, 또한 옆줄로 옮기기만 하면 이전 줄이 바꾼 줄보다 갑자기 더 빨리 줄어들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줄이 정상적인 속도로 줄어드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계산대의 줄과 관련하여 우리가 기억하는 경험은, 우리가 줄을 바꾸기 전에는 우리 뒤에 서 있던 빨간 모자를 쓴 남자가 우리가 줄을 바꾸고 나서 보니까 벌써 상점을 나가 자기 차에 올라타는 것을 볼 때와 같은 경우뿐이다. …이런 일은 실제로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기억될 만한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생각하게 된다.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경험이 기억에 잘 남는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미래 경험을 예측할 때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믿는 착각

   우리의 기억이란 영화의 모든 장면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 장면을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마지막 장면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우리가 즐거움과 고통에 관한 경험을 되돌아볼 때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여성들은 출산할 당시보다 나중에 기억할 때 출산을 더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관계가 틀어진 연인들은 자신들은 처음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초복제자

   특정 신념이 다른 것보다 더 성공적으로 전달되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특정 유전자가 다른 것보다 더 성공적으로 전달되는 원리를 살펴보면 된다. … 예를 들어 굉장히 만족스러운 오르가슴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체계가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형성된다고 해보자. 이제 그 유전자를 지닌 건강하고 생식력이 높은 50명과 그 유전자가 없는 건강하고 생식력이 높은 50명을 모아 한 행성에 백만 년 동안 두었다고 하자. 이후, 그 행성에 다시 가보았을 때 우리는 수천에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인구를 보게 될 것이고, 그들은 거의 모두 앞에서 말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 입소문 마케팅. 아마도 마케터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도 확실하니까.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들을 게임의 초 복제자로 만들 수 있을까?

마치며
   시간이 된다면 게임을 기획하는데 참조를 전제로 공부하듯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전에, 소개글도 더 자세히 적고 싶지만, 더이상 이 책에 시간을 들이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다는 생각이 들어, 두고두고 생각해 볼만한 문구만 옮겨 적는 식으로 마무리 지려 한다. 어디까지나 주는 “게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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