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PvE MMORPG의 재미에 대하여.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은 무엇일까? 전체 시장 점유율이나 유저당 플레이 시간 등을 볼 때 최고로 인기 있는 장르는 MMORPG이다. 수많은 소재의 다양한 MMORPG가 지금 이 시간에도 서비스되고 있으며, MMORPG내지 유사한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유저들이 MMORPG를 즐기고 있다.

사람들이 MMORPG를 플레이 하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충성도 있는 유저라면 하루에 8시간 이상, 가볍게 플레이 하는 유저라도 하루에 2시간 정도 게임을 플레이 한다. 그러한 게임 플레이가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속된다. 최소치로 잡아서 하루에 2시간씩, 주 5일, 6개월 동안 하나의 게임을 한다고 보면 약 250시간 정도 게임을 하게 되는 셈이다. 비교적 플레이 시간이 길다는 콘솔 RPG의 클리어타임이 대체로 40시간 안팎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MMORPG의 플레이 시간은 놀랍기만 하다. 과연, MMORPG는 어떠한 재미가 있기에 이런 마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수천, 수만의 유저들이 수백 시간 이상 즐기는 MMORPG의 재미를 한마디로 이야기 하는 것은 쉽지 않다. MMORPG는 일반적인 게임 몇 개를 합친 분량의 컨텐츠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자유도도 상당히 높다. 수많은 유저들이 각각의 재미를 찾아 게임을 즐기고 있다.

반대 관점에서 MMORPG를 살펴보자. 유저들이 게임에 접속해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이것은 명확하다. 바로 PvE(Player vs. Environment) 그 중에서도 몬스터와 전투, 이른바 사냥이다. 이 비중은 게임마다 다를 수 있다. 게임 전체가 PvE로 이루어진 MMORPG가 존재하는가 하면, 어떤 게임은 PvP(Player vs. Player)에 특화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PvP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임도 몬스터를 사냥해서 PvP를 준비해야 하거나, PvE를 하다가 PvP상황을 맞게 된다. 아무리 PvP의 재미가 크더라도 게임 전체의 비중은 PvE가 더 크다. PvE는 MMORPG의 공통분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많은 유저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PvE, 그 중 몬스터 사냥의 재미는 어떠한가. 가장 재미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하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많은 유저들이 몬스터 사냥을 노가다라고 부르고 있다. 다양한 이유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왜 재미가 없을까? MMORPG의 사냥을 생각해 보자. 정말 간단한 게임의 경우 마우스로 몬스터를 한번 클릭해 주는 것으로 사냥을 시작하여 끝낼 수 있다. 자동으로 대상 몬스터에게 다가가 적이 죽을 때까지 때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간히 물약을 마셔주면 몬스터가 특별히 강하지 않는 이상 언제나 이긴다. 게임에 따라, 전투중에 기술을 사용해야 하기도 하고, 이동이 자동화 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 정도로 게임의 난이도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몇몇 게임은 물약이 없거나, 사용에 큰 제약이 존재한다. 이런 게임의 난이도는 조금 높은 편이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 착오를 거쳐 내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나면 게임은 쉽게 변한다. 옛 속담처럼,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파악된 몬스터는 언제 싸워도 이길 수 있다.

필드나 던젼을 뛰어다니면서, 유저들은 수십, 수백, 수천 마리의 몬스터와 연속적으로 싸워 이긴다. 엄청난 승률이다. 자신보다 낮은 레벨의 몬스터와 싸워서 언제나 이긴다는 것. MMORPG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게임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문제를 제기할만한 상황이다.

게임의 근본적인 규칙은 무엇일까? 어떤 게임을 하던지, 유저는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따르는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하며, 그러한 판단과 행동에 따르는 ‘결과‘를 얻게 된다.

슈팅 게임이라면, 다양한 적이 나오고, 많은 총알을 쏘는 것이 상황이 된다. 총알을 어느 방향으로 피할지, 어느 적을 먼저 공격할지, 아니면 폭탄을 쓸지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적절히 판단하고 신속하게 행동을 하면 계속 게임을 진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총알에 맞아, 게임을 끝내야 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대전 격투 게임이라면, 상대의 공격, 방어, 회피등 모든 행동이 상황이 된다. 그 행동을 보고 공격을 해야 하는지, 방어를 해야 하는지, 잡아야 하는지, 기다려야 하는지 등을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판단과 행동에 따라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반대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누적되어 승패라는 결과가 발생한다.
퍼즐, 어드벤쳐, RPG등 모든 장르의 게임들이 이와 같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MMORPG의 전투는 어떠한가? 어떤 ‘상황’, ‘판단과 행동’, ‘결과’ 가 있는가?
우선 전투에 돌입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먼저, 다양한 몬스터와 조우하는 것이 상황이 될 것이다. 다양한 몬스터들이 있을때, 어느 몬스터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가를 판단해서 대상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MMORPG에서 하나의 지역에 존재하는 몬스터의 종류는 그리 많이 않으며, 강한 정도도 비슷하다. 아무 몬스터나 선택하여 전투에 돌입하면 된다. 전투 결과는 거의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하는 몬스터만 선택해서 원하는 장소에서 전투에 돌입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전투 자체는 어떠할까? 전투 자체에도 상황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MMORPG에 존재하는 몬스터의 행동은 매우 단순하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플레이어를 향해 바로 달려온다. 그리고 기본 공격만 반복한다. 몇몇 몬스터의 경우 간간히 특수한 공격을 섞어서 하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그리고 모든 공격은 맞을 수 밖에 없다. 막거나, 피하는 등의 대응을 할 수 없다. 그냥 주사위 굴림이 적의 공격을 빗나가게 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냥 꾸준히 때리고 맞으면서, 몬스터와 자신의 캐릭터의 생명력을 비교하여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다. 이길 것 같으면 전투를 계속하고, 질 것 같으면 도망을 가거나 포션을 사용하면 된다. 이것이 판단과 행동의 전부이다. 결과는 누가 이기느냐라는 것인데, 플레이어가 커다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거의 언제나 승리를 하게 된다.

주로 서양에서 만들어진, 복잡한 MMORPG의 경우 상황이 몇 가지 더 있을 수 있다. 몬스터가 사용하는 공격에 어떠한 효과가 있어서, 그것을 치유해야 하거나 하는 경우 라던지, 몬스터가 도망을 가려고 할때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행동을 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행동이 1:1로 대응되며, 그 결과도 단순하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그냥 “독을 맞으면 해독”, “도망을 가려고 하면 발 묶기” 이런 식이다.

상황이 다양하고, 판단과 행동에 따라 결과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어야 재미있는 게임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능력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MMORPG의 전투는 그러하지 못하다. 플레이어의 능력이 아니라, 캐릭터의 능력이 전투의 승패를 결정한다. 이러한 전투는 단조롭다. MMORPG의 몬스터 사냥이 노가다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 단조로움이다.

사냥의 단조로움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 있다. 바로 자동 사냥 프로그램, 이른바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키와 마우스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적으로 입력해 주는 프로그램이 플레이어를 대신하여 몬스터를 사냥해 준다. 게임의 형태와 조작 방법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현존하는 거의 모든 MMORPG에서 매크로를 통해 사람 없이 사냥이 가능하다. 게임 내부의 정보도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상황판단도 할 줄 모르는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사람이 진행한다면 얼마나 단조롭고 재미가 없을까?

대전 격투 게임, 액션 게임은 어떠할까? 결코 이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화면을 보지 않고 버튼과 레버를 지정된 순서대로 계속 누르기만 한다면 금새 게임 오버가 될 것이다. 화면을 보고 정보를 습득하고,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한다. 정보를 잘못 습득했다던가, 잘못된 판단으로 좋지 않은 행동을 했을 경우, 크게 당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엄청난 위기에 닥칠 수도 있다. 이기는 그 순간까지 긴장을 풀 수 없다.

RPG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공격으로 누구를 공격할지, 각개 격파를 해야 하는지 전체 공격을 해야 하는지, 두 명의 체력이 낮을 경우 누구를 우선적으로 회복해 줘야 하는지, 아니면 회복을 하지 말고 공격을 해야 하는지 수많은 판단을 할 요소가 존재한다. 그리고 판단을 잘못하면 게임 오버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을 장르의 차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장르에 따라 조작과 표현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즐기는 게임으로서 본질은 통해 있다. 매크로가 가능한 MMORPG를 다른 장르로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격투 게임이라면 레버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모든 버튼을 마구 누르면 이것 저것 기술이 나가 적을 쉽게 이겨버릴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며. 슈팅 게임이라면 특정 위치에 비행기를 위치시켜 놓고 버튼만 누르면 죽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할 것이다. RPG로 예를 들어보면? 필드 한 가운데에 캐릭터를 세워두고 확인 버튼 하나를 고정해 놓으면, 자동으로 적과 만난 후, 기본 공격을 반복하여 적을 이기는 것을 반복하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런 게임이 재미가 있을 리가 없다.

이 지적에 대해, 현재도 이러한 문제를 탈피한 게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바로 파티 플레이이다. 파티 플레이는 MMORPG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네트워크 게임에서만 가능한 요소이다.

파티 플레이를 할 때 에는 다양한 상황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에 맞춰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파티를 구성하는 유저 그 자체가 변인이 된다. 어떤 직업의 어떤 특성을 가진 어떤 레벨의 캐릭터가 몇 명이나 모이는가가 파티가 구성될 때마다 달라진다. 파티의 구성에 따라, 파티가 해결할 수 있는 몬스터와 던젼의 수준이 달라지기도 하고, 플레이 형태와 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단조로운 공격밖에 못하는 몬스터도 “누구를 때리느냐” 라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파티 플레이를 할 때 여러 명의 플레이어 중 누가 맞냐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MMORPG의 기본 역할 분담은, 방어력이 높은 캐릭터는 적의 주의를 끌고, 방어력이 낮은 캐릭터는 적의 공격을 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티 플레이를 염두에 둔 몬스터는 솔로 플레이를 위한 몬스터보다 더 강력하다. 단순히 공격력, 방어력, 체력 등의 수치가 크다는 것이 아니다. 한 명의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다. 캐릭터를 아무 행동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거나, 공포에 질려 도망가게 만들어 버리거나, 혼란에 빠져 아군을 공격하게 하거나, 심지어 아무런 저항 없이 한번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의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솔로 플레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1:1의 전투에서 이러한 기술에 영향을 받을 경우, 전투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티는 다르다. 파티원중 일부가 이런 기술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다른 파티원들이 대응을 해 주거나, 대신 싸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파티 플레이를 할 때는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과 상태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행동을 달리 해야 한다. 회복을 해야 하는지, 공격을 해야 하는지, 몬스터를 기절시켜야 하는지, 약화 마법을 써 줘야 하는지 매 순간 판단을 하여 행동해야 한다. 동료가 약화하는 기술을 사용했다면, 그 약점에 맞는 공격을 해야 한다. 동료가 재우거나 무력화시킨 몬스터는 공격해서는 안되며, 동료의 기술이 실패했을 경우, 다른 기술로 그 실패를 무마시켜야 한다. 이처럼, 파티 플레이에서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며 그에 맞는 행동을 해 주어야 한다.

파티 플레이는 행동에 따른 결과 역시 더 명확하다.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자신의 캐릭터는 물론 다른 파티원까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으며, 전멸이라는 커다란 위기가 닥치기도 한다. 반대로, 손발을 잘 맞추고, 현명하고 신속하게 행동을 할 경우, 같은 파티라 하더라도 더 빠르게, 더 어려운 곳까지 게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혼자 사냥을 할때 그 결과가 플레이어의 능력보다 캐릭터의 수치에 좌우되는 것과는 다르다.

PvE MMORPG에서 파티 플레이는 게임을 재미를 증가시켜 주는 확실한 방법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수많은 게임들이 유저들이 파티 플레이를 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유도하고 있다. 파티 찾기, 파티 게시판, 파티 결성을 쉽게 해주는 다양한 기능들, 파티 플레이 시 제공해 주는 다양한 보너스등, 많은 게임이 이러한 시스템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그리고, 파티 플레이의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한 장치도 많이 만들어 지고 있다. 현재 가장 성공적인 파티형 PvE MMORPG인 WoW에는 파티별로 분리된 인스턴트 던젼 시스템과 적절한 파티 인원을 위해 디자인된 던젼들, 여러 파티가 하나의 던젼 해결을 위해 모일 수 있는 공격대 시스템 등을 마련해 두고 있다.

하지만, 파티 플레이 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아무리 파티 플레이가 중심이 된 게임이라 하더라도, 모든 유저가 언제나 파티 플레이만 할 수는 없다. 솔로 플레이를 해야 할 때나, 솔로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

게다가 파티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는 유저도 존재한다. 파티 플레이는 다른 유저와 얽혀 게임을 진행해야 하므로, 편의성이나 자유도가 많이 떨어진다. 파티원이 다 모이기 전에는 사냥을 시작할 수가 없고, 파티원이 모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며, 게임을 끝내려면 다른 파티원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게다가 파티 플레이는 게임의 난이도를 높인다. 파티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알고, 다른 플레이어와 손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게임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쉽게, 간단히, 시간 날 때 잠깐씩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유저들에게 파티 플레이는 큰 부담이 된다. 게다가 사냥의 결과를 다른 유저와 나눠야 한다는 점에 거부감을 가지는 유저들도 많다. 한국에는 파티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는 유저가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며, 국내에서 제작되어 국내에 서비스되는 게임 중 많은 수가 파티 플레이 보다는 솔로 플레이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결국, 파티 플레이는 MMORPG의 특성을 잘 살린 좋은 컨텐츠이지만, 그것이 게임의 전체가 될 수는 없다. PvE 전체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라면, 솔로 플레이부터 재미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이 있을까? 가장 많이 시도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방식은 액션 게임과 조합이다. 액션 게임의 다양한 요소가 선택적으로 반영된 많은 게임들이 제작되었으며, 더 많은 수의 게임들이 개발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예는 메이플 스토리이다. 이 게임이 액션 게임에서 빌려온 요소는 공격 방식이다. 공격 키를 누르면 무기를 휘두르고, 공격 범위 안에 적이 있으면 적이 맞는다. 아주 직관적이고 조작 또한 쉽다. 메이플 스토리에 기존 MMORPG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저연령 유저나, 다른 게임 경험이 전혀 없는 유저들이 많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이와 같은 액션 형태의 전투 방식이라 생각한다. 현재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던젼 엔 파이터 역시 MMORPG와 액션의 조합의 좋은 예이다.

이 방식과 기존 MMORPG의 방식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액션 게임의 전투 방식은 일반적인 MMORPG의 전투 방식보다 더 단순하다. 몬스터에게 다가가서 무기를 휘두르고, 휘두르는 무기가 몬스터에게 닿으면 몬스터는 피해를 입게 된다. 몬스터가 공격하고 플레이어가 맞는 것도 같은 방식이다. 치고 받는다는 점에서는 MMORPG와 동일하다. 실제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액션 방식의 공격 방식은 MMORPG보다 단순할지 모르지만 더 많은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얼마만큼 다가가야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는지, 어느 곳에서 공격을 하면 공격을 하면서 반격을 당하지 않을지, 언제 점프를 하거나 뒤로 빠져서 적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지, 어디서 어떻게 공격을 하면 한번에 여러 적을 상대할 수 있는지, 어디서 공격을 하면 몬스터가 뒤로 밀리면서 떨어질지 등 수많은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된다. 게다가 이러한 것들은 전혀 어렵지 않다. 직관적이다 못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요소이다. 어린 유저들도 손쉽게 할 수 있다.

마비노기의 경우, 위와는 다른 방향으로 액션 게임의 요소를 첨가하였다. MMORPG에서 보기 힘든 막기와 반격, 바닥에 넘어지기 등의 요소를 가미하였다. 몇 가지 공격 기술과, 막기, 반격이라는 요소들이 다양한 상성을 가지고 작동한다. 몬스터도 플레이어와 동일하게 이러한 요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냥을 할 때도 몬스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며, 그에 따르는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잘못된 대응을 하면 적의 공격에 맞아 뒤로 밀려가며 경직되거나 바닥에 쓰러지게 된다. 반면, 적절한 대응은 적의 공격 시도나 방어를 이기고 작동하여 공격을 성공시키게 된다. 내가 맞든, 맞지 않든 무조건 공격을 내밀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고, 서로의 피해의 양과 체력으로 승패를 가르는 일반적인 MMORPG의 전투와는 상당히 다르다.

액션 MMORPG는 하나의 좋은 발전 방향이다. 정통RPG에서 Action RPG가 분리되어 나온 것처럼, 이러한 시도는 매우 긍정적이며,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느린 네트워크와 서버 때문에 이러한 게임이 나오기 힘들었지만, 고속 통신의 보급과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 그리고 다양한 서버 기술 등의 소프트웨어 기능 향상 등으로 다양한 게임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다양한 게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더 생각해 볼만한 것이 있다. 모든 게임이 싸움으로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RPG에서도 싸움 이외의 문제 해결법이 존재한다. 퍼즐을 풀거나, 제시하는 룰에 따라 행동을 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MMORPG는 전투 이외의 문제 해결을 찾기 힘들다. 퀘스트와 던젼 공략 등이 존재하기 하지만 사냥의 재포장 정도에 그친다. MMORPG에서 싸움 이외의 문제 해결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DAoC라는 MMORPG에서 괜찮은 예가 존재한다. 엄청나게 딱딱한 등껍질에 둘러 쌓여 있어 공격이 거의 통하지 않는 보스가 존재한다. 이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 껍질을 깨야 하는데, 플레이어의 직접적인 행동으로는 이 껍질을 깰 수가 없다.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보스방에는 플레이어가 공격을 하면 쓰러지는 기둥이 존재하는데, 이곳으로 보스를 유인하여 기둥을 쓰러트려, 보스의 등껍질을 조금씩 깨야 한다. 이후 공격을 하여 보스를 쓰러트릴 수 있다.

이러한 요소를 MMORPG 전반에 적용시키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재 적소에 잘 적용시킨다면 게임을 더 재미있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MMORPG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그 동안 수많은 MMORPG들이 이전에 나온 게임들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계승하며, 새로운 소재와 요소들을 넣어가며 발전해 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전투에 대한 발전 정도는 크지 않다. MMORPG에서 사냥, 전투는 절대 배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커다란 문제이다. 게임을 더욱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MMORPG의 전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서 끝내기 전에 생각해볼 것이 있다.

왜 MMORPG를 하는 유저들은 그렇게 단조로운 전투를 반복하는가? 노가다라고, 지겹다고 말하면서도, 수백 시간 이상 그 행위를 하게 만드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MMORPG의 전투는 유저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는 것일까?

서사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시스템적인 것만 본다면, MMORPG는 비 온라인 게임과 비슷한 수준의 보상을 준다. MMORPG나 RPG나 유저가 사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이템, 경험치가 대부분이다. 경험치는 캐릭터를 성장하게 해주고, 아이템은 캐릭터를 강하게, 그리고 부유하게 해준다. 하지만 유저들이 두 게임을 할 때 사냥을 하는 모습은 꽤 다르다. RPG에서 많은 유저들은 게임을 클리어 하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만 캐릭터를 강하게 하고 돈을 벌어둔다. 반면 MMORPG에서는 모든 유저가 캐릭터를 끝없이 강하게, 끝없이 부유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RPG는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캐릭터를 강하게 한다. 필요 이상의 강함은 자기 만족일 뿐이며, 많은 유저들은 캐릭터가 필요 이상으로 강해지면, 게임이 싱거워진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강함은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최소 조건일 뿐이다. 돈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RPG에서 돈으로 살 수 있는 아이템은 제한되어있다. 정말 좋은 아이템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돈 역시 부족하지만 않으면 된다. 어차피 좋은 아이템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빠트리는 것만 없으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MMORPG는 RPG와는 다르다. MMORPG에는 이러한 목적이 없다. 대부분의 게임은 하늘과 같이 높이 존재하는 최고 레벨에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게임은 최고 레벨에 도달하는 것이 중간 목표가 되지만, 최종 목표는 아니다. WoW의 경우, 최고 레벨에 도달한 이후, 대부분의 유저가 인스턴트 던젼 플레이를 한다. 계속 사냥을 하는 것이다. 보다 강한 아이템을 끊임없이 얻기 위해서다. 강한 아이템을 장비하여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거나, 팔아서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하면 강할수록, 부유하면 부유할수록 좋다.

왜 그럴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요소는 MMORPG만의 특성인 다른 유저들과 공존, 그리고 그들이 이루는 사회이다. MMORPG의 가상 세계 속에서 캐릭터가 강해진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강한 캐릭터는 다른 유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몬스터를 잡을 수 있어, 필드에서 많은 몬스터를 점유할 수 있다. 더 강하고 보상을 많이 주는 몬스터를 사냥하여 더 부유해 지기도 한다. 파티에 들어갈 때도, 같은 역할을 하는 유저가 여러 명 있을 경우도 강한 유저가 우선적으로 뽑힌다. PK가 가능한 게임일 경우, 캐릭터가 강하다는 것은 다른 유저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사회 속에서 거래의 매체가 되는 재화 역시 큰 의미를 가진다. 는 가상 세계에 간다고 해도 그 마력을 잃지 않는다. RPG에서는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NPC뿐이며, 그들에게서 살 수 있는 아이템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MMORPG에서는 돈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거래를 하여 거의 모든 것을 구입할 수 있다.

캐릭터의 레벨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캐릭터와 캐릭터를 구분할 수 있는 요소가 몇 가지 없는 MMORPG에서 레벨은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레벨이 높다는 것은 게임을 더 오래 했다는 증거이며, 게임에 대해 잘 알고, 게임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부 게임에서는 높은 레벨의 캐릭터는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나아가 레벨은 게임 사회에서의 나이처럼 받아들여지기 까지 한다. 예를 들어, 게임 내부의 어떤 정보에 대해 두 플레이어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두 플레이어가 모두 논리 정연하고 사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한 캐릭터는 엄청나게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고 다른 캐릭터는 중간 정도의 레벨을 가지고 있다면, 제 삼자가 보기에 어느 플레이어의 말이 더 신뢰감 있게 들릴까? 높은 레벨의 유저의 말이 더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진다. 이것은 마치 인생의 경험이 많은 어른의 말이 더 신뢰받는 것과 같다.

간혹, 레벨이 너무 빨리 올라 불만인 유저들도 보인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유저는 레벨 업이 좀 더 어렵고, 레벨이 더 천천히 오르기를 바라며, 레벨을 더 높이 올릴 수 있는 게임을 좋아한다. 이런 유저는 사냥을 하여 레벨을 올리는 것을 즐기는 것일까? 그것 보다는, 어려운 레벨 업 과정을 거쳐서 레벨 업을 하여, 다른 유저들보다 높은 레벨을 유지할 수 있는 게임을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냥의 보상인 경험치와 아이템은 캐릭터의 강함과 부유함이 되며, 게임 세계 속에서 큰 영향력과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MMORPG를 플레이 하는 거의 모든 유저들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재미없는 사냥을 줄기차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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