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광고들을 보게 된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각종 정치적 광고, 정책 홍보성 광고, 지하철 운영에 대한 광고등이 보인다. 이런 광고들을 보다 보면, 아주 간혹은 ‘잘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왜 저런 것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더 급한 게 이런 것들이 있는데, 왜 이런 것을 먼저 안하고 저런 것을 먼저 할까? 돈과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 라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한마디씩 하고 지나가게 된다.
하지만 게임 디자이너에게 이러한 광경은 한마디 한 뒤 잊고 넘어갈만한 것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의 개발과 운영 현장에서 거의 동일한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패치는 필수적이다. 온라인 게임은 오랜 기간 플레이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즐길 거리” 나 “새로운 도전거리”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점을 찾아서 수정해 주고, 상황에 따라 시시 각각 변화하는 각종 밸런스도 맞추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은 패치를 잘 해주고 있을까?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게임이 패치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올 것이다 : ‘왜 저런 패치를 하지?’, ‘이거나 고쳐주지, 내가 1년 내내 말했다’, ‘내 캐릭터는 별로 안 좋은데 하향패치만 하냐?’, ‘저런 이벤트 만들 시간에 제대로 된 컨텐츠나 만들어 주지.’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정부에서 국정 운영을 하는 것, 지하철 공사가 지하철 서비스를 하는 것, 게임 회사가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하는 것은 그 규모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 맥락은 통한다. (물론 온라인 게임도 WOW정도 되면 규모의 차이가 작아질 것이다.)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할 때, 이런 문제가 닥칠 경우 그 해답은 명쾌하다. 많은 개발자들과 개발 서적에서 입을 모아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답은 다음과 같다 : “개발자가 게임을 많이 해보면 된다.”
온라인 게임에서, 이것은 단순히 테스트 플레이를 많이 해보라는 뜻이 아니다. 개발실에서 유저와 격리된 체 게임을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제 유저의 관점에서 게임을 보아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유저들과 함께 어울려 게임을 하는 것이다. 직접 경험하고, 함께 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다 직접 경험하고, 모든 이의 이야기를 직접 다 들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함께 이용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많은 회사들의 QA와 GM팀 구성원들은 수시로 유저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 하며 얻은 경험을 정리해서 개발팀과 공유하곤 한다. 일부 게임 회사의 경우, 직접 경험을 해서 보고 해주는 집단을 운영하고 있다. DAoC의 경우 TL이라고 불리는 보고자 그룹이 있었으며, 국내의 모 회사의 경우 사장 직속으로 게임을 플레이 해보고 토의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보다 많은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간접적인 체널은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간접적인 체널은 빠른 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이야기를 듣는 채널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보편적인 유저들의 이야기인지 판단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게시판은 상당히 생각해 보며 살펴보아야 할 체널 중 하나이다.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유저는 전체 유저의 몇%밖에 되지 않으며, 그 게시물을 읽고 답글을 남기는 유저 역시 많지 않다. SNS관련 자료를 보면 1%의 유저가 컨텐츠를 만들고, 9%의 유저가 컨텐츠에 반응을 하며, 남은 유저는 다른 유저들이 작성하고 발전시킨 컨텐츠를 즐기기만 한다고 한다.(출처 : SNS는 1% 이용자에 의해 성립되고 있다. by 전설의 에로팬더) 경험적으로, 온라인 게임의 게시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경험을 한가지 적어보자면, 예전에 오픈 베타 중이던 게임에서 패치로 새 던젼을 오픈한 적이 있었다. 그 던젼은 높은 레벨 유저용으로 난이도가 그리 쉽지는 않았고, 이에 유저들은 게시판에 어렵다는 불평불만이 담긴 글을 잔뜩 남겼다. 하지만 실상은 게시판과는 달랐다. 그 곳에는 이미 십 수 파티가 던젼의 각 관문을 하나씩 파해 하며 깊은 곳으로 달리고 있었다.
강한 발언력을 가진 소규모 집단 – 주로 열성적으로 플레이 하는 상위 길드 – 의 말은 개발팀의 귀에 들어오기 쉽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개발자 조차 파악하지 못한 게임의 많은 모습이 녹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집단의 이익도 담겨있기 때문에, 한번 걸러 들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집단은 온라인 게임의 평균적인 유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 유저의 말만 듣고 게임의 서비스 방향을 정한다면,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다수의 유저들은 게임이 자신과 관계 없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로그는 가장 믿을만한 객관적 자료다. 비록 로그가 유저의 모든 행동을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인간의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수집”하는 특성에 의해 왜곡된 기억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최근 어떤 온라인 게임의 설문 조사에서 ~~보스를 몇 번이나 사냥해 보았냐? 라는 항목이 있었다. 이에 대한 유저들의 답변과 로그 통계를 비교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온라인 게임에서 로그는 실제 행동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과 표본 검사가 아닌 전수 검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의 통계 조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물론, 이러한 힘있는 로그를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디자인과 SW, HW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무어라 마무리 지을까 하면서 글을 퇴고하는데 떠오른 단어가 있다. “소통”이 바로 그것이다. 언제부턴가, 국가의 운영과 정치가 관련되어 “소통이 절실하다.” 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 역시 플레이어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저들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설령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주어도 그들이 좋아할지 알 수 없다. 그들이 생각 조차 못했던 새롭고 멋진 것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유저의 손에 넘기기 전 단계 까지 통하는 말이다. 게임을 오픈하는 순간, 게임은 반 이상 유저의 손에 넘어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을 오픈 했을 때, 처음에 유저를 끌어 오는 것은 아트의 몫이고, 안정적으로 게임이 돌아가 유저들이 짜증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은 프로그래밍의 몫이며, 유저들이 재미를 느끼고 게임을 하게 하는 것은 게임 디자인의 몫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저가 게임을 떠나지 않고 오랜 기간 즐길 수 있는 것은 운영과 운영기획의 몫이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유저들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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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블로그를 갱신합니다. 지난 몇 달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마라톤 코스를 100미터 달리기의 템포로 뛰어가야 하는데 허들까지 놓여있고, 완주한다고 해도 금메달은 물 건너가 있는 모양이었다고나 할까요?
이 글은 아직 숨이 덜 차올랐던 지난 4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주변의 자극들에, 생각이 떠올라 쓰기는 했지만 게재하기엔 부끄러워 버려두었던 글입니다. 그 이유라면 제 스스로가 “자신이 만든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 부끄러움과 자괴감에 시달리는 게임 디자이너중 한명이기 때문입니다. 행동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자기 모순입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에 자기 모순적 글을 쓰기는 싫었습니다. 5달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게제하는 이유는, 이제 새 프로젝트의 문을 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과오의 유죄는 변함이 없지만, 새 프로젝트에서는 부끄러움 없는 게임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스스로와의 약속처럼 글을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새 프로젝트에서는 로그 분석을 체계적으로 사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유의미한 데이터를 손쉽게 얻어낼 수 있는 툴을 하나 만들어 두면 든든한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
저는 운영팀 → 기획으로 직군을 이동한지라… 말씀 하신 부분이 더 절절하게 다가오네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두 분야에 경험이 있으신 분께서 공감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글 잘보았습니다
마지막 단락은 매우 공감해요 0ㅅ0;
유저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문과 공감 감사 드립니다.
유저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해외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좋은 선례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실행해 보고 싶군요.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의 글들은 자신의 주장을 짧은 문장 안에 내세우기 위해서 매우 심하게 왜곡된 경우가 많습니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봐도 수긍하기 보다는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내 주장을 내세워 싸우고 싶은 그런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저는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으려 노력하지 어색하게 가공된 주장들에 부화뇌동하여 싸움에 뛰어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같은 공간에 대량의 글을 토해놓기 때문에 잘 찾을 수만 있다면 정보의 양 자체는 월등히 많습니다.)
반면 게임에 대한 타인의 객관적인 평가를 보고 싶은 때는 개인 블로그의 플레이 일지들을 살펴봅니다. 블로그는 일기를 쓰는 것에 더 가깝기 때문에 특별한 주장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블로그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 제시에 훨씬 노력을 들입니다.(객관성을 유지한 증거를 제시하려 노력합니다.) 블로그의 글은 게임에 대한 다른 매체의 글보다 훨씬 솔직한 만큼 객관적이며 그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행동하는 중심 축에 가깝습니다. 한 사람의 블로그에서는 알 수 없는 것도 여러 사람의 블로그를 비교해보면 사람들이 그 게임에서 어떠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플레이하며 그 콘텐츠에서 어떠한 재미를 느끼는지 매우 선명하게 보입니다. 블로그의 태그로 원하는 게임을 걸러내고 각 플레이 일지에서 어떠한 콘텐츠를 다루는지 통계적으로 정리해본다면 꽤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의 특성에 대해 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적해주신 관점으로 게시판의 글들을 본다면 더 객관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겠네요!
게임 플레이 일기라는 관점의 블로그도 신경써서 살펴봐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회사에 msn이 막혀서 답답하네요. ㅎㅎ 잘 지내시죠?
아, 아라님도 MSN이 차단되셨나보군요 ^^; 전 잘 지냅니다.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바쁘신가봐요?
언제 소식이 올라올지 몰라서 RSS 업어갑니다. ^~^ 또 들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