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이론 : 까페 의존형 인간은 천형이 아니라 인간 본능이다!

  제목은 거창하게 이론이지만, 실상은 그냥 몇가지 읽은 것들을 이어본 가설수준도 안되는 잡다한 생각이다. – ㅅ-@

  당신은 어떤 상황에서 집중이 잘 되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고, 생각이 잘 풀리는가?


  일반적으로, 조용한 장소가 집중력을 발휘하기 좋다고 한다. [footnote]피플웨어. 78페이지 부터. 모의 코딩 대회…[/footnote]피플웨어Peopleware를 보면, 같은 분야의 여러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의 업무 능력을 평가해 보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분명히, 사람들의 업무 능력에는 많은 차이가 났다. 하지만, 사람들의 업무 능력은 그들의 경력이나 연봉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업무 능력의 차이와 관계가 있던 것은 그들의 업무 환경. 특히 소음의 정도였다. 일하는 곳의 소음 정도와 업무 능력 간에는 분명한 연관성 있다고 한다. 물론, 조용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업무 능력이 높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조용한 집이나 사무실 보다, 사람들이 많고 시끄러운 까페를 더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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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다방.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 그러고 보니, 거의 된장남이구나;;

  본인도 예외는 아니다. 주말에 까페에 나가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가끔은 사무실을 떠나, 노트북과 이면지 다발을 들고 직원 휴게실로 가서 일을 하기도 한다. 매일 출퇴근 하는 지하철도 자리에 앉을 수만 있다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소이다. 지금 이 글도 지하철에서 쓰여지고 있다. 물론, 집과 사무실이 까페나 지하철보다 시끄러운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절간에 가까울 만큼 조용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까페나 지하철이 보다 선호되고, 실제로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본인은 단순한 소음의 정도가 아닌, 소음 속에 섞인 정보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까페나 지하철에서 들리는 많은 소리들. 사람들의 웅성 이는 소리, 지하철의 덜컹거리는 소리는 시끄럽지만 그 속에서 잡아 내야 할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그야 말로, 청각 정보를 완전히 무시해도 된다.


  반면, 집이나 사무실의 경우, 적은 소리라도 꼭 들어야 할 정보가 존재한다. 초인종이 울리면 나가봐야 하고, 가족들의 말소리가 들리면 한번쯤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집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면? 어디 뭔가 떨어질만한 게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등 뒤에서 두 명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그들의 대화를 무시할 수 있을까? 대화가 있다는 것을 안 이상, 어떠한 사람도 그들의 대화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나와 관계 있는 업무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고, 참여하면 재미있을 팀장에 대한 뒷담화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비단 청각 정보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시각 정보도 마찬가지다.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주변에 지나다니는 것과, 조금의 관계라도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돌아다니는 상당한 차이로 다가온다. 전자의 경우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아도 되지만, 후자의 경우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생각을 확대시켜 본다면, 정보뿐만이 아니라 영향력의 차이도 존재한다. 집과 사무실과 같은 익숙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까페나 지하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인식과 영향의 영역에 대해서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보면 나와있다.)


  집에 있을 때, 어디선가 찬바람이 들어와서 한기를 느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 문이나 창문이 열린 곳이 있나 찾아볼 것이다. 한곳도 그런 곳이 없다면, 난방기구를 작동시킬 것이다. 하지만, 까페에 있을 때, 어디선가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이 있는가? 그냥 누군가 문을 열고 나갔나 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하고 있는 일에 열중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까페나 지하철이 좋으니, 집과 사무실을 버려야 하는가?
  아무 곳에서나 혼자서 일을 할 수 있으며, 경제적 여유가 있고, 가까운 곳에 저렴하고 맛있고 의자 편하고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고 분위기 좋고 주인도 친절한 까페가 있다면 까페의존형 인간으로 남아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살짝 늦잠을 자고, 노트북과 아이팟. 종이와 펜을 들고 까페로 나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그러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면)정말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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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까페에 의존해도 괜찮아. 우리 밥값만 남겨줘.

  하지만 그렇게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은 출근을 하고, 자리를 지켜야 하며, 커피값을 아껴야 하니까. 이런 조건에서는 상황에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아직 실험 중이지만, (집에서 맛있는 커피나 차를 준비한 이후) 일시적으로 인식과 영향력의 범위를 줄이는 것이 꽤 효과가 있어 보인다. 최근, 커피숍을 가는 회수를 줄이고, 집에서 “우리 집 커피 빈 놀이”를 해보고 있는데, 효과가 괜찮아 보인다.

우리집 커피빈 프로젝트에 대한 실험 결과는 차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