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을때마다 포스트잇을 붙였다. 그 결과...


시작하기 전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Design, Designer라는 단어는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기획, 기획자’ 라고 보는 것이 옳다. 실제로, ‘게임 기획자’를 영어로 적으면 ‘Game Designer’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주로 인터랙션 디자인에 한정되어 있다. 이 리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말하는 디자이너를 영어로 표현하면? Artist가 답이 되겠다.

이 책은 D팀의 기획자. 황주임님께서 추천해 주시고, 빌려주신 책이다.(매우 감사합니다!) 출판 연도는 2004년. 최신 책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예전에도 이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읽지 않았다. 아마, 당시에는 이 책을 UI디자인 내지는 비주얼 아트에 대한 책으로 생각했었나 보다.
만약,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책 표지가 아니라 실제 책 표지를 보았다면, 분명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앨런 쿠퍼’. 비주얼 베이직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Inmates are running the asylum.’ 직역해보자면 ‘정신병자들이 정신병원을 운영한다.’정도가 될 것이다. 번역된 제목, 원제 모두 멋지다. 비록 이 책이 어떤 책인지 홍보하는 데는 약간 부적절할 수 있지만, 주제를 표현하는 데는 이보다 좋은 제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보겠다.



  • 나는 전자제품 얼리 어댑터이며, 파워 유저이다.


[#M_ more.. | less.. |(이젠 최신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수만 사용하는)PDA를 사용하고 있으며, 애플 빠돌이와 된장남녀만 사용한다는 아이팟의 신봉자이다. 또한, 라이트 유저가 사용하기 힘든 버튼이 많이 달리고 커다란 DSLR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노트북을 상시 휴대하며 여기 저기에서 사용한다. 당연하게도 내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제품의 거의 모든 기능을 숙지하고, 적재 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써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전형적인 전자 제품 매니아의 모습이다._M#]



  • 그런데, 나는 내 핸드폰의 기능을 10%도 못쓴다.


[#M_ more.. | less.. |내가 내 핸드폰에서 사용하는 기능은 전화 걸고 받기. 문자 보내고 받기. 모닝 콜. 그리고 전화 번호 기록하기뿐이다. (전화 번호 기록도 재대로 쓰지 못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전화 번호부와 PC, PDA의 연락처 목록을 동기화 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가능하기는 하나, 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밖의 수많은 기능들이 있다고 알고 있으나, 전혀 활용을 못하고 있다. 아마도,  PDA의 일정 관리와 거의 동일한 다이어리 기능, 사진을 찍고, 무언가 처리하는 기능, 계산기, 사전등등이 있을 것이다._M#]


  • 누가 잘못된 것일까? 이 책을 보니 잘못된 것은 핸드폰 같다.


[#M_ more.. | less.. |수많은 첨단 전자 제품을 잘 쓰지만 핸드폰만 잘 쓰지 못한다면, 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물론 그렇다고 핸드폰이 잘못 만들어 졌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표본 집단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나만 그런게 아닌가보다._M#]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터랙션 디자인이 부족해서이다. 좀 더 자세히 원인을 알고 싶고, 해결책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책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는 어떻게 조화 되어야 하는가?
디자이너는 프로그래머들의 일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디자이너는 오로지 고객만 바라보아야 한다.
프로그래머가 깨끗한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알고리즘을 지배하게 하면서, 지저분하고 인간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게 하라.
그리고, 프로그래머에게 중요한 기술적 도전을 던져줘라.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어려운 문제를 던져 주어라.

(멋대로 다시 쓴)책 내용중 마음에 들었던 것들.


10%의 사람을 100% ‘황홀하게’ 만족시켜라.
몇몇 사용자를 즐겁게 하는 기능들이 다른 사람들의 즐거움과 만족을 방해한다.

어휘를 통일시켜라.
이 어휘들은 마케팅용이 아니다. 때문에 오로지 ‘정밀’ 하기만 하면 된다.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고객을 따르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과거의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들은 기름을 많이 먹는커다란 크롬 도금의 자동차를 만들어놓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 뿐이라고 멋대로 주장했던 적이 있었다.
(중략)
일본인들은 사용자에게 그들 자신조차 원하고 있다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빠르게 제공함으로써 자동차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만 생각해서 만들다 보면 기본을 챙기지 못하기도 한다. 고객은 새로운 기능들에 대한 것만 요구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팀 구성하기
팀은 가급적 작게, 2~3명으로 구성하라. 그리고 팀 업무 기록을 책임질 디자인 커뮤니케이터를 임명하라. 마지막으로 팀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어라.

기타.



  • 멋진 인터랙션 디자인 사례로, 로지텍 스캔맨이라는 제품의 SW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 첨단 기술의 세가지 주요 특성

    • 기능성Capability :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이 가능한가? 엔지니어링 관점. 작동하는 제품을 만든다.
    • 실리성Visibility : 무엇이 실리적인가, 무엇을 팔 수 있는가? 사업가의 관점. 이윤이 날 수 있는 제품을 찾는다.
    • 요구성Desirability :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이 바람직한가? 디자이너의 관점.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행복하게 하는 것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