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기획자의 눈으로 보는 올림픽 순위 시스템

   올림픽에서 종합 순위는 금메달의 개수로 결정된다. 금메달의 수가 같은 경우만 은메달의 수가 종합 순위에 영향을 미치며, 동메달은 그 다음 이다. 결과적으로 동메달이 종합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 이런 규칙으로 순위 시스템을 만들었을까? 은메달이나 동메달도 적정한 수준으로 순위에 영향을 주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대안 제시 : 점수 시스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 시스템은 각 메달마다 점수를 지정하여, 그 합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금메달은 10점, 은메달은 5점, 동메달은 2점. 이런 식으로 하여 그 합계의 많고 적음으로 순위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순위 시스템을 적용하였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은메달이나 동메달이 순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정하게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점수를 어떻게 주냐에 따라 그 정도는 달라지겠지만, 크든 작든 지금보다는 확실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각 메달 별 점수를 몇 점씩 배정할 것인가?” 는 것이다. 메달 별 점수를 어떻게 주냐에 따라, 같은 경기 결과를 가지고 다른 순위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달 별 점수를 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메달 한 개는 은메달 몇 개의 가치를 가지는가? 힘 있는 나라들은 자신의 국가에 유리하도록 점수 체계를 개편하려 싸울 것이다.

기존 방식은 나쁘기만 한가?

   새로운 시스템을 검토할 때는 언제나 기존의 시스템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 보아야 한다. 기존의 순위 산정 시스템은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기존 방식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 이다 : 명확함과 의외성

   첫째 장점인 명확성은 점수 시스템의 단점의 반대에 위치한다. 기존 방식은 아주 명쾌하다. 하나의 경기 결과는 하나의 확실한 순위가 된다. 어떤 나라도 자가에게 유리하게 이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두 번째 장점은 의외성이다. 금메달 하나 하나를 얻고 잃음은 종합 순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경기 결과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이변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점수 시스템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 아쉽게 은메달에 머무르더라도 일정 점수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종합 순위에 여전히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올림픽은 공평한 조건에서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의외성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여기서 언급한 조건이란, 각 국가별로 출전 선수의 수를 의미한다. 출전 선수가 많을 수록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3위 안에 들어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은 더더욱 커진다. 만약 점수 시스템이라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출전 선수의 수가 많은 국가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출전 선수 수가 적은 국가는 아무리 선전을 하더라도 높은 종합 순위를 기록하기 힘들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에서는 최선을 다해 획득한 금메달 하나 하나가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의외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점은 글 처음에 언급한 것과 같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종합 순위에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선택

   어떤 방식이 더 좋은가? 무엇을 골라야 하는가? 시스템 기획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시스템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아무리 장점이 많고 보편성과 형평성이 뛰어난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다면 그 시스템은 채택되어선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올림픽 경기에서 획득한 메달의 수를 바탕으로 종합 순위를 결정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여기서부터는 개인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은 무엇이라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오래간만입니다. 시간관계로 조금 완성되지 않은 글을 올립니다. 기존 방식의 두번째 장점은 수학적으로 검증해봐야 하는데… 라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