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정적 피드백

   첫 회사였던 고누 소프트의 커다란 멘토중 한 분 이였던 유성준이사님께서는 회사의 모든 사람은 직급과 나이에 관계 없이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실제로 그분은 회사의 신입 사원이자 최연소 직원인 나에게도 이 규칙을 충실하게 지켜주셨다. 언제나 "~씨"라고 불러 주시고 존댓말로 말씀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원칙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원활한 부정적인 피드백 이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원칙에 의문점이 생겼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왜 고려되어야 하는가? 최근에 읽은 감성의 리더십 Prime Leadership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저는 제가 뭔가 진실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그런데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숨기거나 중요한 사실을 다른 것으로 위장하고 있어서 제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내가 알고 싶어하는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알려주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 늘 추측만 해야 한답니다.
   – 최고 경영자 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느 유럽계 기업의 최고 경영자.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을 같은 책에서 찾자면 다음과 같다.

유능한 리더는 어떻게 진실을 알아낼까? 약 400명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그들은 자기 인식 능력과 감정이입의 능력을 활용해서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눈여겨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들은 아무리 듣기 거북한 내용의 부정적인 피드백이라 할지라도 그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신중하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었다. 그와 반대로 유능하지 못한 리더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듣기 좋은 피드백에만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것은 비단 최고 경영자에게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은 모든 이에게 중요하다. 공동 작업, 애자일 방법론, 게임 개발, 개인의 발전 등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나마 긍정적인 피드백은 쉬운 편이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문제다.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피드백이 원활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

화기애애만으로는 부족하다. (중략) 우리는 얼굴 붉힐 일은 되도록 피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을 더 나은 모습으로 이끌 수 있는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는 친절함은 없습니다.

   이것이 의문점의 핵심을 짚어 낸 문장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원래의 이상적인 취지가 서로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여 사회생활을 무난하게 하는 지극히 얄팍하고 안이한 방법으로 해석되지는 않는가? 라는 의문이 바로 그것이다. 진정한 인간 관계를 이룩하자는 이상론을 이야기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피드백이다. 안이한 존중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돌려 말하지 않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은 힘들다. 어떤 사람에게, 그 사람 자체나 그 사람의 무언가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준다고 해보자. 그 사람의 기분이 좋을 가능성은 별로 없으며, 경우에 따라 인간관계도 안 좋아질 수 있다. 한마디로 욕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업무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은 어느 정도 오간다. 업무나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 회사에 대한 애착심이나 책임감등이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격이나 가치관, 버릇이나 행동 양식 등 개인적인 피드백은 거의 오갈 수 없다.

 

   물론 원활한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한 이상적인 정답은 존재한다. 모두가 이상적인 인간이 되면 가능하다.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가슴 깊이 이해하며, 하고 있는 일이 잘 되고 성장하기를 바래줄 수 있으면 된다. 피드백을 해 줄 때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아 감정이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 피드백이 정말 상대방을 위한 것인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인가도 냉정히 고려해서 말해야 하며, 말에 감정이 담기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피드백 받는 이는 부정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피드백 해준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좁은 회사 내부가 아닌 삶 전체를 둘러보자. 누가 나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 줄 수 있는가? 여기서 떠오른 답변은 가까운 관계의 친한 친구 이다.
   그렇다면 회사 내부에서 사람들 사이에 높은 친밀감을 가지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업무를 해보면 말을 놓을 수 있는 정도의 친밀한 관계가 될 경우,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부정적인 피드백을 쉽게 주는 것을 경험하고 목격해 왔다. 만약에 팀 전체가 이러한 관계가 되면 어떨까? 분명 생각하지 못했던 단점이 발견될 수도 있겠지만, 피드백이라는 면에서는 괄목할만한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한번쯤, 모두가 너무 친한 나머지 서로에게 막 말하는 팀에서 일 해보고 싶다.

 

ps. 마지막으로. 이 글을 적으면서 유이사님과 일할 때를 돌이켜 보았다. 과연 그때는 어땠을까? 존중이라는 명목이 위선으로 변질되지는 않았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당연하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그 분은 그때 이미 이러한 고민과 걱정. 부작용을 모두 꿰고 계셨기 때문일까?